美서 여성 3명 10년간 납치-감금… 범인은 옆동네 3형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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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이오 실종지 인근주택에 갇혀 지내… 비명소리 듣고 이웃집 주민이 구조
경찰, 50대 3형제 체포… 美국민 경악

주택가 한가운데서… 실종된 3명의 여성이 10년 안팎 감금돼 있었던 주택(원 안). 대로변인 데다 이웃집과는 울타리도 없어 범인이 어떻게 피해 여성들을 장기간 감금할 수 있었는지가 미스터리다.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주택가 한가운데서… 실종된 3명의 여성이 10년 안팎 감금돼 있었던 주택(원 안). 대로변인 데다 이웃집과는 울타리도 없어 범인이 어떻게 피해 여성들을 장기간 감금할 수 있었는지가 미스터리다.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미국에서 10, 20대 나이에 실종됐던 여성 3명이 10년가량 감금돼 있다 뒤늦게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CNN방송 등 미국 언론은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경찰이 시내 중심가의 한 가옥에서 2002년부터 2004년 사이 실종됐던 여성 3명을 찾았다고 6일 보도했다. 피해 여성 3명이 감금됐던 주택은 납치 실종된 곳에서 불과 몇 km 떨어진 한동네여서 충격이 더했다.

이날 오후 실종 여성 중 한 명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이웃 주민 찰스 램지 씨였다. 그는 “길을 걸어가는데 한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문을 발로 쾅쾅 걷어차고 있었다”고 말했다. 램지 씨가 다가가자 이 여성은 겨우 손이 빠져나올 만큼 열린 문틈으로 자신이 납치 감금돼 있으니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램지 씨의 도움으로 문을 열고 빠져나온 이 여인은 곧장 옆집으로 달려가 911에 신고했다. 이 여성은 17세 생일을 하루 앞둔 2003년 4월 21일 패스트푸드점 버거킹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됐던 어맨다 베리 씨(27)였다. 베리 씨의 모친은 딸이 사라진 충격으로 2006년 47세에 세상을 떴다.

베리 씨는 경찰에 “다른 여성 2명도 갇혀 있으니 납치범이 돌아오기 전에 빨리 구해 달라”고 말했다. 전화를 받고 곧바로 출동한 경찰은 베리 씨가 탈출한 집에서 또 다른 실종 여성인 지나 디지저스 씨(23)와 미셸 나이트 씨(32)를 찾았다.

디지저스 씨는 14세 때인 2004년 4월 2일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중 사라졌다. 나이트 씨는 21세 때인 2002년 8월 23일 사촌 집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실종된 베리 씨와 디지저스 씨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수차례 언론에 보도됐다. 올 1월에는 한 교도소 수감 죄수가 실종된 베리 씨의 시체에 대한 가짜 매장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4년 6개월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나이트 씨는 경찰이 그가 가출했을 것으로 추정해 크게 보도되지 않았다.

경찰은 세 여성을 납치 감금한 혐의로 납치 피해자가 갇혀 있던 집의 주인인 히스패닉계의 아리엘 카스트로 씨(52) 3형제를 체포했다. 카스트로 씨의 형(54)과 동생(50)은 이웃에 살고 있었다. 카스트로 씨의 이웃들은 그가 선량한 학교 버스 운전사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체포될 당시에는 학교 버스 운전사 일은 그만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들은 카스트로 씨가 이웃과도 전혀 이상한 점 없이 어울렸으며 기타도 잘 치던 평범한 동네 이웃이었다고 증언했다. 감금된 여성들을 구출했던 램지 씨도 “카스트로 씨와 평소 바비큐도 함께 해 먹던 사이였지만 전혀 낌새를 못 챘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카스트로 씨가 납치한 여성들과 면식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용의자의 삼촌인 카에사르 카스트로 씨는 “우리 집안과 디지저스 집안 사람들은 같이 컸다”고 말했다.

경찰은 체포된 용의자들을 조사하고 있지만 조사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실종 여성들이 감금돼 어떻게 10년 동안이나 철저히 외부와 격리돼 있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적잖은 의문이 남는다.

이들이 갇혀 있었던 저택은 대로변에 있었으며 옆집과도 바로 붙어 있고 높은 울타리도 없었다. 아직 주택 내부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감금된 여성들이 10년 동안 외부에 도움을 청할 기회가 없었는지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베리 씨는 경찰에 전화하면서 “내가 10년 동안 뉴스에 계속 나왔던 사람”이라고 밝혀 감금돼 있는 동안 자신의 실종을 언론이 크게 다뤄 왔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현재 구출된 세 여인은 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받고 있으며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베리 씨가 탈출할 때 자신의 딸(6)을 데리고 나왔다고 밝혔다. 딸은 베리 씨가 성폭행을 당해 낳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감금#오하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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