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9개월 걸린 ‘1268년 회의’ 이후 유폐 방식 콘클라베 굳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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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60세가 넘는 고령의 추기경을 회의장에 ‘유폐’시키는 현재 방식의 콘클라베가 굳어진 것은 1268년 11월 말 비테르보에서 열린 교황 선출 회의 때문이었다. 당시 추기경 회의에 의식주를 제공했던 비테르보 마을 주민들은 회의가 너무 길어지자 화가 난 나머지 회의장 출입문에 자물쇠를 채우고 최소한의 빵과 물만 넣어 줬다.

하지만 추기경들이 지칠 기미도 없이 몇 년째 회의를 계속하자 분노가 폭발한 주민들은 결국 회의장 건물의 지붕과 천장까지 헐어버렸다. 비가 오면 빗물이 흘러들었지만 추기경들은 마룻바닥 밑으로 들어가 추기경 법의를 천막 대신 사용하면서 버틴 끝에 1271년 9월 1일 그레고리 10세 교황을 선출했다. 회의가 열리고 2년 9개월 2일 만이었다.

이후 그레고리 10세는 1274년 △추기경들은 교황 별세 이후 10일 내 교황청에 도착하고 △콘클라베 기간에 식사 배달 및 심부름을 담당하는 하급 신부(神父) 외에는 누구도 추기경들에 대한 접근을 금지시키고 선출된 교황에게만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며 △3일 내에 교황이 선출되지 않으면 이후 5일간의 식사는 한 끼니 한 접시로 제한하고 △5일이 지나도 새 교황이 결정되지 않으면 빵과 물 및 소량의 포도주만 제공하라는 내용을 담은 콘클라베 규칙을 제도화했다.

바티칸시티=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추기경#콘클라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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