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부역 인정합니다” 빈필, 등 떠밀린 고백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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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단원 절반이 ‘나치’… “공개의무 없다” 버티다
과거사 비판 계속되자 시인

세계 최고 수준의 관현악단으로 꼽히는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10일 나치에 부역한 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했다. 자발적인 게 아니라 여론의 비판에 굴복한 고백이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오케스트라가 민간단체여서 일반에 기록물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버텨온 것에 비하면 큰 진전으로 평가된다. 빈 필하모닉은 1938년 오스트리아를 합병한 독일 나치 정권과의 유착관계를 인정하지 않아 지탄을 받아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빈 필하모닉은 1942년 단원 123명 중 절반에 가까운 60명이 나치 당원이었다고 이날 홈페이지에 밝혔다. 오스트리아에선 1938년 이전 나치당의 활동이 금지돼 있었지만, 이때도 이미 빈 필하모닉의 단원 20%가량은 나치당에 가입돼 있었다. 그런데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치 연루 이력으로 오케스트라를 떠난 단원은 불과 10명뿐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유대인 단원은 1938년에 전원 해고됐고 이 중 5명은 강제수용소나 유대인 격리지역에서 숨졌다.

지구촌의 가장 유명한 새해맞이 행사 중 하나로 매년 1월 1일 정오에 빈 무지크페어라인 황금홀에서 열리는 신년음악회는 나치 시절인 1941년 독일 국영방송사와 함께 기획해 준비한 것이다. 오스트리아가 독일에 병합되자 악단이 크게 위축될 것을 우려한 빈 필하모닉이 주도적으로 나치와 적극 협력해 만들었다는 것. 73회째인 올해 신년음악회는 81개국 6000만 명이 시청한 인기 프로그램이다.

빈 필하모닉은 12일 나치 협력 역사에 대한 추가 세부사항을 공개한다. 특히 1942년 빈의 나치 총독으로 유대인 수만 명을 수용소로 끌고 가는 데 주도적으로 관여한 발두어 폰 시라흐에게 반지를 증정한 일에 대해서도 밝힐 계획이다.

빈 필하모닉은 악단의 과거사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자 1월 역사학자 3명에게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역사 조사 작업을 맡겼다.

오스트리아는 12일 나치 독일 합병 75주년을 맞는다. 독일군이 아무 저항 없이 오스트리아를 점령했기 때문에 오스트리아가 히틀러 압제의 피해를 겪은 첫 번째 나라인지 아니면 기꺼이 합병을 수용한 나라인지 의견이 엇갈린다. 최근 현지 신문 슈탄다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인의 53%는 독일 합병이 자발적이었다고 대답했고, 42%는 나치 치하의 삶이 완전히 나쁘지만은 않았다고 대답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나치#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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