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노숙인 5만명… 대공황이후 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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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단위 노숙 1년새 18% ↑… 아동 100명중 1명 거리생활

‘세계 경제의 수도’로 불리는 미국 뉴욕의 노숙인이 5만 명을 돌파해 1930년대 미 대공황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뉴욕 시민단체인 노숙인연맹이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1월 노숙인 보호시설에서 잠을 잔 뉴요커가 하루 평균 5만 명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노숙인연맹의 메리 브로스넌 대표는 “뉴욕의 노숙인 상황이 대공황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WSJ에 밝혔다.

연맹이 뉴욕 시 통계를 토대로 작성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1월 노숙인보호시설에서 밤을 보낸 어린이는 하루 평균 2만1000여 명이나 된다. 1년 전에 비해 22% 증가한 것. 이는 뉴욕 시 전체 아동의 1%를 차지하는 수치로 전례가 없던 일이다.

어린이가 이처럼 늘어난 것은 가족단위 노숙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은 미국의 다른 지역보다 가족단위 노숙인구 비중이 특히 높다. 1월 뉴욕의 노숙인시설에서 잠을 잔 가구는 1년 전보다 18% 늘어난 1만1984가구로 집계됐다. 2002년 이후 무려 73%나 증가해 다른 도시보다 상황이 심각하다. 노숙인 가구가 보호시설에서 보내는 기간도 점차 길어져 1987년 이후 처음으로 평균 1년을 넘어섰다. 보호시설에 들어오면 1년이 넘도록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뉴욕 시가 무주택 가구에 제공하던 보조금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고용된 상태의 무주택자에게 최장 2년간 월세보조금을 주다가 지난해부터 주 정부의 예산 지원이 중단되면서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되자 하루아침에 노숙인으로 전락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통계는 거리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노숙인과 지난해 허리케인 샌디로 특별보호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포함하지 않은 것이어서 실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WSJ는 전했다. 실제 연방 주택도시개발국은 뉴욕 시 전체 노숙자인이 5만6672명으로 미국 노숙인 10명 가운데 1명이 뉴욕에 거주하고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뉴욕#대공황#노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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