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함정의 사격 레이더 조준 사건을 계기로 일본이 중국에 핫라인 구축을 요청하기로 했다. 우발적 충돌 사태를 막자는 취지다. 일본은 일본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출범시키고 자위대의 무기 사용 기준을 정한 교전규칙(ROE)도 수정할 방침이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은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번 사태는 유엔 헌장의 무력 위협에 해당한다”며 중국의 레이더 조준을 비판한 뒤 중국에 방위 당국 간 긴급 연락체제인 ‘해상 연락 메커니즘’ 구축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중-일 양국은 2011년 7월 차관급 방위회담 때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9월 일본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국유화를 계기로 협의를 중단했다.
일본의 대응과 관련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외교·안전보장과 관련된 정보수집과 분석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판 NSC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이날 거듭 강조했다. NSC 설치 검토를 위한 전문가회의는 15일 시작된다.
또 아베 총리는 자위대의 교전규칙과 관련해 “센카쿠에 여러 사안이 있다. 특히 하늘에서는 순간적으로 판단하지 않으면 영공을 침범당하고 만다”며 수정 의사를 밝혔다. 아베 총리가 중국 함정의 사격 레이더 조준 사실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공개한 뒤 관련 후속 조치를 줄줄이 취하고 있는 데 대해 일각에서는 이달 20일 미국 방문을 앞두고 국제 여론전을 대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본은 경계감시 활동 중인 자위대 항공기에 대해 정당방위, 긴급피난, 임무에 필요한 무기 자체를 지킬 때만 무기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중국 군함의 사격용 레이더 조준에 따라 경보음이 울리는데도 자위대 함정이 대항조치를 하지 않고 진로를 바꾸며 피해 간 것은 교전규칙을 엄격하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교전규칙이 수정되면 사격용 레이더 조준을 정당방위나 긴급피난에 준하는 사태로 규정해 유사시 선제 사격 등 강경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센카쿠 주변 상공의 긴박한 상황도 추가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중국 전투기는 지난해 12월 이후 자위대 전투기에 50∼100km 거리까지 근접 비행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50km 거리까지 접근하면 사격용 레이더를 조준할 수 있다.
한편 ‘일본 북방영토의 날’인 7일 오후 홋카이도(北海道) 영공에서는 러시아 전투기 2대가 1분간 진입해 자위대 항공기가 긴급 발진했다. 러시아 전투기가 일본 영공에 진입한 것은 2008년 2월 이후 5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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