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무기 수출 3원칙’ 마지막 빗장도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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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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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분쟁 조장 회피 조항
46년만에 첫 예외 허용… 美에 F-35 부품 수출키로

일본 정부는 미국에 F-35 스텔스기 부품을 수출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1967년 발표한 일본의 ‘무기 수출 3원칙’이 46년 만에 사실상 무장 해제됐다. 앞으로 일본산 무기 및 부품의 수출이 늘어날 뿐 아니라 일본의 방위력 증강, 이에 따른 동아시아 군비 경쟁 가능성도 예상된다.

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일본에서 만든 F-35 스텔스기 부품을 무기 수출 3원칙의 예외로 인정해 수출을 허용키로 했다. 2013년도 예산안에 부품 생산라인 정비 용도로 830억 엔(약 9708억 원)도 배정했다. 일본이 전투기 부품을 수출하게 되면 이는 1967년 이후 처음이다.

일본은 외국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1967년 △공산권 △유엔이 금지한 국가 △국제 분쟁 당사국에 대한 무기 수출을 금지한 무기 수출 3원칙을 발표했다. 1976년에는 무기 수출 자제 대상이 사실상 모든 국가로 확대됐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무기 수출 금지 원칙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1983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 내각은 미국에 대한 무기 기술 제공을 무기 수출 3원칙의 ‘예외’로 인정했다. 그 후 지속적으로 예외가 늘어나면서 무기 수출 3원칙은 계속 완화돼 왔다.

2011년 말 일본 정부가 F-35 스텔스기를 차세대 주력 전투기로 선정하면서 무기 수출 3원칙은 전기를 맞는다. 당시 미국과 영국 등 9개국이 F-35를 공동 생산하는데 일본은 참가하지 못해 비싼 가격에 도입하게 됐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일본의 무기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일본만 뒤처진다”라는 불만도 나왔다.

그러자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내각은 2011년 12월 무기 수출 3원칙의 예외 적용 대상국을 대폭 확대했다. 다만 ‘국제 분쟁 조장을 회피한다’라는 기본 원칙은 유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들어 무기 수출 3원칙의 마지노선마저 무너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중동에서 이웃 국가와 분쟁 중인 이스라엘이 F-35 스텔스기를 구매할 예정인데 일본 부품으로 만들어진 F-35를 구매하면 일본이 결국 국제 분쟁 조장에 관여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은 조만간 ‘일본산 부품이 제3국으로 이전되는 것을 엄격히 관리한다’라는 내용의 관방장관 담화를 발표해 스텔스기 부품 수출의 정당성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담화 내용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사히신문은 “F-35 스텔스기의 부품 수출을 예외로 하는 것은 해외 무기 수출 확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무기 수출 확대는 동아시아 국가에 군사적 긴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본의 소재 기술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일본은 앞으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무기 부품을 수출할 것”이라며 “일본의 군수산업이 수출을 통해 더욱 경쟁력을 갖추면 결국 방위력 증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무기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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