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야스쿠니 방화 중국인 日에 인도 거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4일 03시 00분


“일반방화 아닌 정치적 범죄” 류씨 석방… 곧 中 돌아갈듯
넘겨달라 했던 日 반발 예상

신병 처리 문제를 두고 한중일 3국 모두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야스쿠니(靖國)신사 방화범 류창(劉强·39) 씨가 일본에서 재판받지 않게 됐다. 류 씨의 범죄인 인도심사를 진행해 온 서울고법 형사20부(수석부장판사 황한식)는 “인도 요청을 거절하기로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류 씨를 넘겨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했던 일본 정부의 반발이 예상된다.

재판부는 ‘정치적 범죄의 경우 인도를 거절할 수 있다’는 한일 범죄인 인도조약 제3조를 근거로 “류창의 범행은 일반 방화범죄의 성격보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서 비롯된 정치적 범죄의 성격이 크다”며 “류창을 일본으로 인도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치질서와 헌법 이념뿐만 아니라 대다수 문명국가의 보편적 가치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범행 목적이 개인적 이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인식과 정책에 분노를 느끼고 이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것이었고 △범행 대상인 야스쿠니신사는 법률상 종교단체 재산이지만 일본의 대외 침략전쟁을 주도한 전범들을 위해 제사를 지내고 있어 정치적 상징성이 큰 곳이라 류 씨의 범행이 정치적 범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류 씨는 지난해 1월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에 화염병을 던진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만기 복역했다. 심문 과정에서 류 씨는 “외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며 “지난해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정부가 과거에 대해 사과하지 않아 이에 경고하기 위해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신사에 불을 질렀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외교 경로를 통해 류 씨의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 서울구치소에 구금돼 있던 류 씨는 이날 법원의 결정으로 즉시 석방됐다. 만기 출소 이후 일본 정부의 요청으로 법무부가 범죄인 인도 청구를 받아들여 재구속돼 있던 류 씨는 귀국을 원하면 언제든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한 뒤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중국 일본 양국도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NHK방송은 “(야스쿠니신사 방화)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는 게 어렵게 됐다”고 보도했다. 인터넷 포털에서는 한국 법원의 결정을 비난하는 글도 올라왔다. 반대로 중국 누리꾼들은 “중국과 한국이 손잡고 일본을 상대하자”며 환영하는 글들이 떴다.

강경석·이정은 기자, 도쿄=박형준 특파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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