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 당선인에게]<중>‘한일관계, 싸움보다 인내로’… 평소 소신대로 실천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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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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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리 스스무 日시즈오카현립대 교수
고하리 스스무 日시즈오카현립대 교수
이명박 대통령 임기 때 일본과 한국의 정치 외교 관계는 극도로 악화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이 정권을 이을 수밖에 없다. 박 당선인은 ‘복안(複眼)’ ‘국제’ ‘각론’이라는 3개 관점으로 일본을 바라보길 부탁드린다.

일본은 한국의 최대 우방이기도 하고 가장 복잡한 외교 문제를 가진 국가이기도 하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복안’이다. ‘복안’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을 얻을 수 없다.

외교는 상대가 있다. 박 당선인의 대일 외교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 뿐 아니라 광범위한 일본 국민의 이해가 있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에서 진전이 없다는 이유로 8월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 방문’과 ‘일왕 사죄’를 요구했다. 그 결과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복잡하게 됐다. 일본 정부도 국민도 이 대통령의 방식이 우방에 대한 것이라고 납득하기 힘들었다.

다행히 박 당선인은 스스로 자서전에서 “분노에 맡겨 싸우면 시원할지 모르지만 결국은 바라던 것은 전혀 얻지 못하고 손해만 있을 뿐이다. 나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외교력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어떤 나라와의 관계보다 인내가 필요한 것이 일본과의 외교다”라고 썼다. 그처럼 행동해 주길 바란다.

‘국제’는 일한관계를 현해탄 사이에서만 보지 말고 지구본 위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영토나 역사인식과 같은 갈등도 양국 간에만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웃에 있는 양국의 정치가가 상대 국가의 부당성을 세계를 향해 고발하고 있는 모습을 국제사회가 어떻게 보고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역으로 양국 정부가 협력하면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특히 중국의 힘이 비대해지고 있는 요즘 다른 많은 아시아 국가는 양국의 협력을 바란다.

‘각론’은 문자 그대로 서로 다른 사항을 분리하는 것이다. 영토와 역사인식에서 결론 내기 어렵다고 교류를 끊어버려선 안 된다. 특히 북한 핵문제 해결은 일한미 3국이 아무리 협력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산된 일한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에 관해 다시 한 번 의논해야 한다. 환경 에너지 저출산·고령화 재정건전화 등 양국의 공통 과제도 대립하고 있는 문제들과는 별도로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지금까지 밝힌 것은 박 당선인뿐 아니라 일본의 새 정권에도 요구하고 싶은 것이다. 과거사도 현재 문제도 일본은 책임감 있게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16일 투표 및 개표를 진행한 일본의 총선거에서 내셔널리즘을 부채질하는 발언을 한 후보자도 적지 않았다. 한국 언론은 이런 것들을 ‘우경화’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주변국 정치가들의 말과 행동이 우경화를 부추기는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을 박 당선인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일본 국민의 내셔널리즘이 자극되면 거기에 대항할 수 있는 정치를 요구하는 여론이 일어나 버린다. 영토와 역사인식 문제가 양국 국민을 흥분시키지 않도록 박 당선인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예정자도 조심스럽게 말을 골라 하기 바란다.
#한일관계#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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