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유층 ‘차이나 엑소더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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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해외 투자이민 15만명
17억원 이상 자산가 60%… 이민 신청했거나 고려중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학력이 높은 중국 엘리트 계층의 ‘탈(脫)중국’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가 연일 ‘중국의 꿈(中國夢·차이나드림)’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돈 있고 학식 있는 사람들은 중국 탈출을 꿈꾸고 있는 셈이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세계화연구중심(CCG)과 베이징(北京) 이공대 법학원은 17일 발간한 ‘중국국제이민보고’에서 지난해 15만 명 이상이 투자이민 성격의 영구 이민을 떠났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중국 최초로 이민 추이와 경향을 조사한 자료다.

이민 대상 지역은 미국이 8만7000명으로 가장 많고 캐나다와 호주가 각각 3만 명, 뉴질랜드가 6000명이었다. 이 보고서는 “돈 많은 고학력자들이 주로 이민을 가고 있다”며 “이들이 중국을 세계 최대 이민자 생산국으로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호주로 떠난 중국 이민자의 절반 이상이 고급 기술 인력이었다. 호주가 받아들인 고급 기술 인력의 40%에 해당한다. 또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 호주에서 투자이민으로 시민권을 딴 중국인은 60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표본 설문조사 실시 결과 재산이 1억 위안(약 172억2000만 원) 이상인 자산가의 27%는 이미 이민을 갔고, 47%는 이민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자산 1000만 위안(약 17억2000만 원) 이상의 경우 60%가 투자이민을 신청했거나 고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망은 중국 부자들이 대거 캐나다 투자이민을 신청한 탓에 심사대기 기간이 늘어나 중도 포기자도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본토에서 캐나다 투자이민을 신청하면 평균 4년 5개월이 걸린다. 현재 캐나다 이민국이 접수한 이민 신청은 2만2400여 건에 달하며 이 중 265건이 철회됐다.

고학력 고소득층의 이민이 늘어나는 이유는 △중국의 정치적 후진성 △환경 문제 △교육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리샤오강(李小剛) 상하이(上海) 사회과학원 외국투자연구중심 주임은 “중국이 지난 30여 년간 경제적으로 급성장했지만 사회와 정치적 환경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며 “기존의 중국 환경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이런 환경이 더이상 그들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 자녀를 보낸 한 학부모는 “베이징에서 수학 과외를 받으려면 한 달에 8000위안(약 138만 원) 정도 들어간다. 영어까지 생각하면 차라리 외국에 보내는 게 낫다”고 말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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