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통큰 부양책 “月 450억달러 더 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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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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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사실상 4차 양적완화… 시한 없이 국채 추가로 매입
3차와 합치면 매달 91조원… 초저금리 기조 당분간 유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시장에 직접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기 위한 4차 양적완화(QE4) 카드를 빼들었다. 당장 내년 1월부터 매달 850억 달러(약 91조2000억 원)가 시장에 풀린다. 9월에 3차 양적완화 조치를 내놓은 지 불과 3개월 만에 추가 조치를 내놓으며 강력한 경기 부양의지를 시장에 내비쳤다.

연준은 11, 12일(현지 시간)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이달 말 종료되는 오퍼레이션트위스트(OT)를 대체하기 위해 매달 450억 달러(약 48조 원)의 국채를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종료 시기는 명시하지 않았다. 9월 3차 양적완화조치 때 월 400억 달러의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매입하겠다고 밝힌 것에 비해 규모가 크다. 둘을 합치면 내년부터 매달 850억 달러의 돈이 시중에 풀리면서 통화정책 당국의 경기완화 조치는 더욱 확대된 셈이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사진)은 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QE4를 시행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OT를 대체한다는 의미로 “새로운 것은 없다”고 밝혔다.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시행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는 듯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사실상 QE4로 받아들였다. OT는 연준이 보유한 단기국채를 내다팔고 같은 금액만큼의 장기 국채를 사들여 금리인하를 유도하는 것으로 연준의 자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국채를 새롭게 사들이는 것으로 연준의 보유 자산은 매달 450억 달러씩 늘어나게 되며 같은 금액의 돈이 시중에 풀리게 된다.

이는 그만큼 미국 경제가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임을 인정한 조치다. 실제 연준은 이날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9월에 발표한 2.5∼3.0%에서 2.3∼3.0%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또 올해 성장률도 1.7∼2.0%에서 1.7∼1.8%로 낮춰 잡았다.

연준은 또 이번 회의에서 초저금리(0∼0.25%) 기조를 적어도 2015년 중반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이어 처음으로 ‘실업률을 6.5% 이하로 잡고, 물가상승률이 2.5% 이상 오르지 않는 이상 경기 확장 조치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장은 ‘실업률 감소와 물가 잡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연준의 목표치 설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어 이번 조치는 ‘에번스 룰(Evans Rule)’의 조기 도입으로도 해석된다.

한편 버냉키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과 비교해볼 때 이번 사안은 너무나 크다”며 “그나마 회복 기미를 보이는 경제를 탈선시키지 않기 위해 정치권의 빠른 합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QE4 발표에도 불구하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99포인트(0.02%) 내린 13,245.45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불투명한 재정절벽 해결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버냉키#국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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