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자국민 상대 맹독가스 살포 준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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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린가스 배합 징후 포착¨… 클린턴 “사용땐 무력 개입”
유엔-EU 현지직원 긴급 철수, 시리아 외교부 대변인 英망명
“반군, 학교 포격 29명 사망”

시리아 내전에서 반군의 공세에 몰린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자국민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할 징후가 포착되면서 그동안 시리아 사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미국 지도부가 강력히 경고하며 유사시 무력 개입을 시사하고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일 워싱턴 포트맥네어 기지 내 국방대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해 “시리아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사린가스를 포함해 화학무기를 조금이라도 사용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면서 “자국민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비극적인 실수를 저지를 경우 이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이날 체코에서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배치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 것으로 4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시리아 내전에 미국의 개입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사린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가 대량살상을 위해 개발한 신경가스로 사람의 호흡기와 근육을 마비시켜 질식사를 초래하는 맹독성 물질이다.

미국 수뇌부의 경고는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당국자가 이날 “시리아가 치명적인 화학무기인 사린가스를 배합하고 있다고 믿을 만한 여러 징후를 포착했다”고 한 발언이 언론에 소개된 직후 나온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미국은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확실히 행동을 취할 계획”이라며 직접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 정부는 수만 명 규모의 부대 파병을 포함한 비상계획을 준비해 왔으며 화학무기가 배치되기 전에 공습해 물자를 파괴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와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국제사회의 우려가 확산되자 시리아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국영 TV에 출연해 “시리아는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국민에게 화학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한다”고 부인했지만 국제사회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한편 그동안 국제사회를 상대로 시리아 정부의 ‘입’ 역할을 했던 지하드 마크디시 시리아 외교부 대변인이 최근 레바논을 거쳐 영국으로 망명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에 있는 학교를 박격포로 공격해 학생 28명과 교사 1명 등 29명이 사망했다고 관영 사나통신이 4일 보도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유엔은 구호활동을 위해 다마스쿠스에 체류하고 있는 유엔 직원 100명에게 임무를 무기한 중단하라고 지시하고 이 중 30여 명은 시리아를 떠나도록 했다. 유럽연합(EU)도 다마스쿠스 주재 사무소의 활동을 최소 수준으로 줄였다.

워싱턴=최영해·뉴욕=박현진 특파원
#시리아#사린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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