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함께 점심” 롬니 “OK” 부러운 美대선 라이벌의 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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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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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가 백악관에 패자 초청… 1960년 이래 미국의 전통
양측 비공개로 오찬 회동


승자는 손을 내밀었고 패자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제이 카니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28일(현지 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가 백악관 집무실 근처 다이닝룸에서 29일 오찬 회동을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두 사람이 직접 만난 것은 10월 22일 플로리다 주 보카러톤에서 열린 3차 대선후보 토론회가 마지막이었다.

대선 뒤 처음으로 잡힌 이날 회동은 오바마 대통령이 6일 치러진 대선 다음 날 시카고에서 당선 수락 연설을 하며 “이 나라를 전진시키기 위해 롬니 후보와 함께 일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만나 얘기하기를 기대한다”고 한 데 따른 것.

오바마 대통령은 14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재선 성공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도 “롬니는 선거 유세 기간 동안 나도 동의하는 정책 아이디어를 내놓았다”며 “연방정부를 더 고객지향적으로 바꾸는 정책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싶다. 롬니와 조만간 만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백악관은 추수감사절 직전 롬니 측에 백악관 초청 의사를 전달했고 물밑 작업 끝에 29일 오찬 회동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롬니 후보의 고문인 에릭 페른스톰은 “대통령으로부터 정중한 초청이 있었으며 롬니는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오찬 회동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회동 발표 직후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롬니와 점심을 함께하면서 재정절벽을 뛰어넘기 위한 협상에서 초당적 지원을 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롬니에게 장관직 수락을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내다봤다.

미국에서 대선 승자가 패자를 초청하는 것은 1960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승리한 존 F 케네디가 리처드 닉슨을 플로리다의 키비스케인에 있는 자택으로 초청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근소한 차이로 이긴 케네디는 회동 뒤 첫마디로 “누가 이겼는지 우린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냐”고 운을 떼면서 닉슨의 반응을 살폈다. 닉슨이 자신의 패배를 시인하자 케네디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승자가 패자를 초청해 위로하고 국정에 협력을 당부하는 것은 미국 정치의 평화로운 정권 교체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한편 롬니는 보스턴에서 장남 태그 롬니가 운영하는 벤처캐피털인 ‘솔라미어 캐피털’의 사무실을 임대해 자신의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오바마#롬니#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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