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중앙은행 첫 외국인 총재 영입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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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캐나다人 마크 카니 지명… 설립 318년 만에 파격 인사


영국 중앙은행(BOE)이 318년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을 수장으로 맞는다. 주인공은 캐나다인 마크 카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47·사진). 유럽 각국이 재정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금융 중심으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기 위한 영국의 노력으로 풀이된다. 특히 카니 총재는 올해 6월 터진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 사태로 떨어진 BOE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적임자로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26일 마빈 킹 현 총재의 후임으로 카니 총재를 선임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카니 총재는 내년 5월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임기가 끝나면 두 달 후인 7월 BOE의 120대 총재로 취임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6일 그간 내부 인사를 중용해 온 BOE의 배타적인 문화를 고려하면 이번 임명은 ‘폭탄선언’에 비유될 만한 파격 인사라고 전했다. 오즈번 장관은 “카니 신임 총재는 BOE가 필요로 하는 강력한 리더십과 경험을 갖췄으며 곧 영국 시민권도 취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니 총재는 영연방 국가인 캐나다인이지만 영국인 아내와 결혼했고 4명의 자녀도 영국과 캐나다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그는 올해 초 총재직 공모에 응하라는 권유를 받고 고사했지만 오즈번 장관의 끈질긴 설득으로 결국 수락했다. 다만 그는 BOE 총재의 8년 임기 대신 5년만 채우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BOE가 단행한 파격 인사의 배경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고 풀이했다. 카니 총재는 BOE의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성에 대한 권한을 대폭 확대하려는 오즈번 장관의 구상에 딱 맞는 인물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그는 2008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에 부임한 후 이자율을 최대한 낮추는 강력한 통화정책으로 캐나다 경제가 어떤 서구경제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극복하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1년 주요 20개국(G20) 금융안정위원회 의장으로 선출돼 국제금융규제 경험도 풍부하다. 골드만삭스 등 민간 투자은행에서 일했던 경력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카니 총재는 BOE의 리보 조작 연루 의혹에서 자유로운 인물이다. 리보 조작 사태에 대해 BOE는 정황을 알고도 감독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차기 총재로 유력했던 폴 터커 BOE 부총재가 배제된 것도 이 사건에 간접적으로 연루됐다는 의혹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영국은행#BOE#마크 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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