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순방에 마지막 동행… 시종일관 훈훈한 우정 과시
오바마, 미얀마서 연설도중 “클린턴에 무한히 감사” 전해
재선 후 첫 해외 순방으로 동남아시아 3국을 방문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저녁 캄보디아 프놈펜에서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 만찬 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과 마라톤 전화 회의를 했다.
전화를 끝낸 시간은 20일 오전 2시 반. 대통령은 내내 옆에 있던 힐러리 클린턴 장관에게 “이스라엘에 가서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을 이끌어 달라”고 요청했다. 클린턴 장관은 두말없이 국무장관 전용기를 타고 이스라엘로 날아갔다.
뉴욕타임스는 “역대 미 국무장관 중 가장 많은 120개국이 넘는 해외 방문 기록을 세우며 셔틀외교의 진수를 보여준 클린턴 장관이 미국의 최대 이해관계가 걸린 중동에서 거칠 것 없는 횡보로 마지막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고 19일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이 끝나가는 시점에 클린턴 장관을 현지에 급파한 것은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 마지막 미션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지는 20일 분석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수행원인 클린턴 국무장관이 보여준 마지막 ‘동행 리더십’이 화제다.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할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장관의 외교 경험과 식견을 존중하는 ‘포용의 리더십’을, 국무장관 임기를 마치는 클린턴 장관은 끝까지 오바마 대통령을 보좌하며 스포트라이트를 양보하는 ‘2인자 리더십’을 보여줬다.
아시아 3개국 순방 기간 중 오바마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 집무실에서 클린턴 장관과 독대했다. 보좌관들은 두 사람이 업무적 대화뿐만 아니라 최근 4년을 회고하는 여담을 나눴다고 전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두고 사생결단식 경쟁을 벌였던 두 사람이 4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단순한 외교 파트너를 넘어 친한 친구가 됐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항 영접 행사에서 클린턴 장관과 나란히 보조를 맞추고 함께 손을 흔들며 클린턴 장관의 ‘아시아 중심’ 전략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클린턴 장관은 이에 보답하듯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주인공 자리를 양보했다. 클린턴 장관은 미얀마 아웅산 수치 여사 자택 방문 때 오바마 대통령이 리무진에서 내려 수치 여사의 환영을 받는 동안 리무진 안에서 잠시 대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중 갑자기 “클린턴 장관은 어디 있느냐”고 찾더니 환영객 중에 섞여 있던 클린턴 장관에게 “이보다 더 감사할 수는 없다. 업무능력뿐만 아니라 클린턴 장관과 수치 여사가 보여준 인권과 민주주의 메시지 때문”이라고 존경의 뜻을 전했다.
클린턴 장관은 20일 오바마 대통령과의 4년 동행을 마치는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달콤쌉쌀하고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여러분이 상상하는 모든 감정이 다 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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