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장기불황 덫 걸린 日… 1인당 국가부채 1억원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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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국가부채 1경 원 넘어

일본 국가부채가 983조2950억 엔(약 1경3471조 원)으로 한국 돈 1경(京) 원을 돌파했다. 일본인 1인당 부채도 한국 돈 1억 원을 넘는다.

1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은 중앙정부가 발행한 국채와 차입금을 합친 9월 말 기준 국가부채 규모가 1000조 엔에 육박한다고 집계했다. 사상 최대 규모로 6월 말에 비해 3개월간 7조1098억 엔 늘어났다. 내년 3월에는 1085조 엔으로 1000조 엔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총무성이 추산한 10월 1일 기준 일본 총인구는 1억2753만 명으로 일본인 1인당 부채는 771만 엔(약 1억562만 원)에 달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집계에 따르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22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황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고령화가 지속되면서 연금 등 복지지출은 계속 늘어나지만 저출산으로 일할 인구가 줄어 세수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올해도 일반회계 예산 90조3000억 엔의 약 40%인 38조3000억 엔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하고 있다.

일본 정치권은 2015년까지 현행 5%인 소비세(부가가치세)를 10%로 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일본 재무성은 소비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45조4000억 엔의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의 근본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소비세 인상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의미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올해 잇달아 강등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일본 정부는 일본 국채의 95% 이상을 일본인이 보유하고 있어 당장은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저축과 투자금으로 나랏빚을 떠받치는 구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경기 불황이 20년째 이어지고 있고 수명이 늘면서 은퇴생활자의 저축도 바닥나고 있는 것. 시사월간지 분게이슌주(文藝春秋) 5월호는 ‘신(新)일본의 자살’이라는 논문에서 재정파탄으로 인한 연금 고갈과 노인 자살 등 일본의 국가 파탄 시나리오를 묘사하기도 했다.

2009년 총선에서 아동수당,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최저연금 보장 등 각종 무상복지 공약을 내걸고 정권교체에 성공했던 민주당은 차기 총선을 앞두고 ‘공약 총 붕괴’ 사죄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10일 후쿠오카(福岡) 시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촉진보고회에서 무상복지 공약과 관련해 “실현하지 못한 점을 반성하면서 (다음 선거 공약은) 한층 현실감 있고, 지킬 수 있는 내용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배포한 자료집에서는 “정권을 잡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방만함과 정권 운영의 냉엄한 현실을 모르는 미숙함이 있었다”고 반성했다.

민주당은 다음 총선 공약 마련에도 진통을 겪고 있다. 2009년처럼 구체적인 수치 목표와 달성 시기를 명기할지, 지키지 못한 공약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내놓았다가 두고두고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일본#국가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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