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진핑 시대]<上> 피해 갈 수 없는 정치 개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8일 03시 00분


지도층 부정부패에 민심 부글부글… ‘민주화의 봄’ 오나

중국이 개혁개방 30여 년을 지나 5세대 지도부로 넘어가는 ‘시진핑(習近平) 지도부 시대’에는 미국과 전략적 패권을 다툴 만큼 국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적으로는 정치 개혁과 지속 성장을 위한 경제 구조 변화, 사회 안정을 위한 빈부 및 도농 격차 해소, 대외적으로는 패권국인 미국과의 협력과 경쟁, 주변국과의 갈등 해소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시진핑 시대의 과제를 3차례로 나눠 소개한다.

○ 비등하는 정치 개혁 요구

시진핑 시대의 출범을 앞두고 중국 인터넷은 물론이고 관영 언론에도 지금까지 민감한 주제였던 ‘정치 개혁’ 논의가 분출한다. 만연한 부패에 대한 견제와 감독이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넓게 형성돼 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여론조사 결과 정치 개혁을 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81.4%에 이른다고 7일 보도했다. 개혁파 후야오방(胡耀邦) 전 공산당 총서기의 장남인 후더핑(胡德平)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전국 정협) 상무위원은 최근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권력이 법보다 더 세져 당과 정부가 사법 절차에 관여하는 때가 많다”며 “왕조시대의 과거를 벗어 버리고 헌법에 따른 통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의 유력한 차기 후보였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시 서기 낙마 사건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진리를 극명히 보여 줬다. 게다가 최근 정치 개혁을 주장해 온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가족의 축재 의혹이 폭로되면서 정치 개혁에 대한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자유와 민주에 대한 열망이 커지는 것도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주요인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2010년 한 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이민을 떠난 중국의 중산층이 50만8000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민 이유는 정치 불안과 종교를 비롯한 다양한 억압 때문이라고 한다.

○ 근본적 개혁에 손댈까?


중국의 정치 개혁 방향은 서방 민주 국가에서와 같은 직접 보통 선거와 다당제, 삼권분립과는 거리가 멀다. 헌법에 규정된 공산당 일당 지배 아래 당내 민주화 확대와 당내 감독체제 강화가 핵심이다.

공산당은 5년 전 제17차 당대회 직후 제17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17기 1중 전회)에서 25명의 중앙정치국 위원을 선출하면서 민주추천제(중앙위원들이 추천 투표를 통해 예비 후보자 구성)와 비밀투표 방식을 처음 도입했다. 이번에는 중앙정치국 위원에 대해 차액(差額) 선거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 차액 선거란 정원보다 많은 인원을 후보로 놓고 투표해서 몇 명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정파 간 밀실합의로 뽑아 온 오랜 룰이 일부 깨지는 큰 변화로 볼 수 있다.

차액 선거로 중앙위원을 뽑을 때의 탈락률도 관심거리다. 탈락률은 16차 5%에서 17차 8%로 늘어 경쟁이 확대돼 왔다. 공산당은 국민의 직접선거로 공산당 지도부를 선출하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그들만의 민주화’에 정당성을 주장해 왔다.

부패 방지 조치 강화와 공직자 재산 공개 제도 등 당내 감독체제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에 여성 및 소수민족 비율도 높이는 등 구성도 다양화했다.

하지만 이는 ‘땜질’ 처방이라는 평가가 많다. ‘국민 주권’을 실현하는 정치 시스템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진(鎭) 촌(村) 등 기층 행정단위에서 실험적으로 진행 중인 직선제는 조금 확대되는 수준에 그칠 개연성이 높다. 자칫 선거개혁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경우 감당 못할 혼란이 올 수도 있다고 공산당은 우려한다.

현재 대안으로 떠오르는 게 사법부 독립이다. 중국은 지난달 초 처음으로 사법백서를 발행해 ‘사법 개혁의 근본 목표는 법원과 검찰원(검찰)이 법에 의해 독립적으로 심판권과 검찰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정치 개혁을 주장해 온 베이징리궁(北京理工)대 후싱더우(胡星斗) 교수는 최근 “시진핑 정치의 핵심은 의법치국(依法治國)”이라며 “18차 당대회 후 먼저 사법 분야에서 대대적 개혁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고개 드는 회의론


중국의 정치 개혁에 대한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도 10년 동안 ‘의법치국’과 ‘반부패’를 주창하며 정치 개혁을 추진했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다. 정치 개혁 측면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미국 하버드대의 중국 현대정치 권위자 로더릭 맥파쿼 교수는 최근 “중국의 차기 지도자들은 목숨이 경각에 달린 위기에 직면하지 않는 한 전면적인 개혁은 하지 않을 듯하다”며 “서로가 부패 시스템에 깊이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맥파쿼 교수는 “시진핑이 몹시 걱정스럽고, 그가 어떻게 길을 찾을지 모르겠다”고도 말했다.

홍콩의 저명한 중국정치 전문가인 딩웨이(丁偉) 침례대 교수도 “공산당원만 8260만 명으로 독일 인구보다 많다. 공산당원들이 비록 공산당에 불만이 있더라도 그들도 이미 누릴 것은 누리는 기득권층”이라며 “이들이 스스로의 이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진정한 개혁은 어렵다”고 말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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