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구제금융 미적… 유로위기 또 점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8일 03시 00분


390억유로 긴축안 발표했지만 반대시위 눈치보며 차일피일
총리 “국채금리 오르면 신청”

스페인과 그리스의 긴축정책에 대한 국민의 반발이 고조되고 스페인 정부의 구제금융 신청이 늦어지면서 한풀 꺾인 듯했던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다시 고비를 맞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27일 올해보다 390억 유로(약 56조1100억 원)가 줄어든 지출안과 공무원에 대한 3년 연속 임금동결안 등이 포함된 2014년도 긴축예산안을 발표했다. 28일에는 스페인 은행 재무건전성 점검(일명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에 대한 국민과 금융시장의 반응이 카탈루냐 지방의 분리 독립 움직임까지 겹친 스페인 위기의 향방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찾은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사진)는 26일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으며 행동에 옮길 것이다. 긴축과 개혁을 추진해야 하며 국민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이틀째 이어진 가운데 노동계와 국민에게 협조를 호소한 것이다. 이날 라호이 총리의 강연장 밖에서는 스페인 출신으로 추정되는 수십 명이 “정부가 스페인을 팔아버리려 한다”는 피켓을 들고 긴축과 개혁 반대 시위를 벌였다.

라호이 총리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인지에 대해 지금 말할 수 없지만 국채수익률이 너무 높게 유지되면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고 100% 확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6일 또다시 6%를 넘어선 가운데 나왔다. 두 달 전 기록적인 수준인 7.6%까지 올랐던 국채 금리는 6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재정위기국에 대한 무제한 채권매입 조치를 발표하면서 5% 후반까지 하락했다.

자금 조달이 쉬워지자 스페인 정부는 ECB 측에 채권매입을 요구하는 전면적 구제금융 신청을 차일피일 미뤘다. 유로존 수뇌부와 시장은 스페인에 “빨리 채권매입을 신청하라”고 압박했지만 스페인 정부는 긴축 조건을 검토하겠다며 늑장을 부리고 있다.

외신들은 이미 은행권 자본 확충을 위한 1000억 유로의 구제자금을 유로존에 요청한 라호이 총리가 2014년도 긴축정책 발표에 이어 곧바로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데 정치적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때문에 국채 금리가 더 높아지더라도 지방선거가 열리는 10월 21일 이후에나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포브스지는 EU와 구제금융 조건을 협상 중인 스페인이 다음 달 19일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베어링 애셋 매니지먼트의 앨런 윌데 채권투자 책임자는 “10년 물 수익률이 또다시 7%를 넘어서야만 스페인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도 마드리드에서는 26일 이틀째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그리스는 노동계의 24시간 총파업으로 전국이 마비됐다. 유럽 증시는 물론 미국 증시도 하락했다. 포렉스닷컴의 캐슬린 브룩스 애널리스트는 “유로존 위기가 다시 점화됐다”며 “마드리드 시위와 그리스 총파업 때문에 시장이 겁을 먹었다”고 말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스페인#구제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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