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지도자들 “증오 대신 인내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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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등 최고권위 성직자들 “反서방시위 자제” 잇달아 촉구
리비아 극단주의 본부 2곳 피습

이슬람권의 반(反)서방 시위가 금요예배일(21일)을 맞아 다시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며 유혈충돌로 번지자 이슬람교 지도자들이 잇달아 시위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폭력시위를 선동하는 강경세력에 대한 이슬람권 내부 비판이 커지면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공격하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리비아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이 습격을 받자 본부를 철수했다.

23일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이집트의 이슬람 율법해석 최고 권위자(그랜드 머프티)인 셰이크 알리 고마는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모독한 미국 동영상과 프랑스 잡지 만평에 대해 “표현의 자유가 아닌 인류와 종교 인권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선지자 무함하드가 그랬던 것처럼 무슬림은 인내와 지혜를 갖고 이에 대응해야 한다”며 시위 자제를 촉구했다. 북아프리카를 총괄하는 이슬람 율법해석 최고 권위자도 이날 “증오가 확산되고 있지만 우리는 평화를 촉구한다. 충돌은 정답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슬람 최고 권위자의 충고는 이슬람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반서방 시위가 수그러들 수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폭력시위를 주도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미국영사관 피습으로 주리비아 미국대사가 사망한 리비아 벵가지에서는 21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안사르 알샤리아’와 ‘라프알라 알샤하티’ 본부가 습격을 받았다. 안사르 알샤리아는 미국영사관 공격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조직이다.

벵가지 시민 3만여 명은 이날 오전 “더이상의 알카에다는 없다” “자유를 위해 우리가 흘린 피를 헛되이 해서는 안 된다”고 외치며 극단주의자와 무장단체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어 저녁에는 무장한 시위대 수백 명이 무장단체 본부를 급습해 조직을 상징하는 깃발을 끌어내리고 차량과 건물에 불을 질렀다. 이 과정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최소 11명이 숨지고 70명이 다쳤다. 무장단체 본부는 이날 습격으로 요원들이 철수하면서 폐쇄됐다.

이어 22일에는 리비아 정부와 군 당국이 모든 무장단체 및 민병대원에게 정부군 편입을 명령하고 불법 점유한 공공건물, 용지에서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무장단체 ‘아부 슬림 여단’과 ‘안사르 알샤리아’는 동부 도시 데르나 지역의 기지를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금요예배일의 대규모 폭력시위로 최소 21명이 사망한 파키스탄에서는 굴람 아흐마드 빌루르 철도장관이 22일 “이슬람 모독 영화 제작자를 살해하는 사람에게 10만 달러(약 1억2000만 원)를 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키스탄 총리실은 “장관의 발언은 정부 측과 전혀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이슬람#反서방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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