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145km 허리케인 4개주 비상사태 선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9일 03시 00분



플로리다 주 탬파에서 공화당 전당대회가 치러지는 가운데 미국도 태풍의 위협에 휩싸였다. 열대성 폭풍 ‘아이작’이 28일 미국 멕시코 만 연안에 상륙할 것이라는 예보로 뉴올리언스 주민들은 7년 전 이 지역을 강타한 ‘카트리나’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아이작은 28일 오전 2시 최대 풍속 시속 112km의 강풍을 동반하면서 미시시피 강 입구에서 남동쪽으로 약 232km 지점 해상에 도달했다. 아이작은 시간당 19.2km 속도로 북서진하고 있으며 28일 오후 11시에서 29일 오전 11시 사이 멕시코 만에 상륙할 즈음에는 시간당 최대 풍속 145km 안팎의 2급 허리케인으로 발달할 것으로 NHC는 내다봤다. 아이작은 뉴올리언스에서 플로리다 팬핸들까지 483km에 이르는 지역 가운데 한 곳을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루이지애나 앨라배마 미시시피 등 일부 지역에서는 파고 1.8∼3.6m의 폭풍해일이 일 것이라고 NHC가 예보했다.

7년 전인 2005년 8월 27일 상륙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뉴올리언스의 80%를 물에 잠기게 했고 18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재민은 25만 명에 이르렀다.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불안에 빠진 뉴올리언스 주민들은 비상식량을 챙겨 속속 집을 떠나고 있다. 뉴올리언스 남쪽 160km 지점에 있는 그랜드 섬 주민들에게는 소개령이 내려졌다. 아이작은 이미 아이티에서 19명, 도미니카공화국에서 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항공사들은 26일 740편의 여객기 운항을 취소한 데 이어 27일에도 180여 편을 띄우지 않았다. 아이작의 영향을 직접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플로리다 앨라배마 주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보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허리케인 경보를 발령하고 주민들에게 비상식량과 의약품 등을 준비하라고 독려했다. 뉴올리언스 인근의 세인트찰스 주민 5만3000여 명에게는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멕시코 만 석유업체들은 생산시설 78%를 폐쇄하고 천연가스 생산도 48% 줄였다. 루이지애나 정유공장 4곳은 문을 닫았고 다른 4곳은 생산 속도를 늦췄다. 미국 해안경비대는 뉴올리언스 항구를 임시 폐쇄했다.

한편 공화당 전당대회 기간에 허리케인이 상륙하면서 주요 방송사들은 동시 보도 태세에 돌입했다. 방송사들은 TV 화면을 둘로 나눠 한쪽에서는 전당대회, 다른 한쪽에서는 허리케인 상황을 동시에 생중계할 계획이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7일 이번 전당대회는 미 역사상 최초의 ‘화면분할 전당대회’가 되고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노리고 있는 공화당에는 커다란 악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공화당은 한쪽 화면에서 허리케인으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집중 보도되는 상황에서 다른 화면에서 전당대회의 축제 분위기가 보도될 경우 ‘국가적 재해 상황에서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난을 받게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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