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北장관급 장성택과 면담 ‘극진 예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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張, 왕자루이와도 만나 김정은 방중 조율 관측

북한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이 17일 오전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별도로 만났다. 후 주석과 원 총리가 외국의 장관급 인사를 면담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최고지도부가 장 부위원장을 북한의 실질적 2인자로 인정해 극진히 예우했음을 보여 준다.

장성택은 최근 방북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난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도 다시 만나 그의 방중은 김정은의 방중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후 주석은 이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장성택을 만나 “장성택 동지를 다시 만나게 돼 매우 기쁘다”며 “황금평·위화도, 나선 지구 공동개발을 위한 제3차 개발합작연합지도위원회 회의 개최와 성공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이어 “여러 해 동안 장 동지가 중-북 우호 관계 발전에 큰 역할을 하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후 주석은 또 북한의 최근 홍수를 언급하면서 “김정은 노동당 제1서기를 필두로 한 노동당의 지도로 재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성택은 “후 주석이 제18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직전에 매우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준 데 대해 감사한다”며 “노동당과 국가, 인민군의 최고 영도자인 김정은 원수의 친밀한 안부를 전한다”고 말했다.

장성택은 후 주석 면담에 앞서 영빈관인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원 총리를 만났다. 원 총리는 “김정은 동지와 노동당, 정부의 영도로 북한이 반드시 곤란을 극복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장 부위원장과 원 총리는 양국 간 경제무역 협력과 양국 경제특구 협력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택은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방중한 최고위급 인사이자 핵심 실세로 국가원수급의 예우를 받고 있다. 이런 장성택의 방중 일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거 김정일 체제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평가한다.

현성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런 장성택의 행보에 대해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던 김정일 체제 때는 몸을 낮추는 게 살아남는 법이지만 권력층을 상호 견제할 능력이 없는 김정은 체제에서는 센 모습을 보이는 게 살아남는 법”이라며 “장성택도 자신이 정책을 짜고 부서를 운영하는 실세임을 과시할 필요성을 알게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에서 그동안 실세는 막후에서 움직이고 공식 석상에는 다른 인물을 내세우는 게 관행이었다. 2002년 경제시찰단으로 방한했을 때도 장성택은 단장을 박남기 당 계획위원장으로 내세우고 자신은 수행단으로 몸을 낮췄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장성택#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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