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명예 더럽혔다” 친딸 입에 비닐봉지를…

  • 동아닷컴
  • 입력 2012년 8월 5일 13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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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친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파키스탄 출신 부부가 3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법정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잉글랜드 체셔카운티의 체스터 형사법원은 영국에 사는 파키스탄 출신의 이프티카르 아흐메드(52)와 그의 부인 파르자나(49)에게 친딸 샤필레아를 질식사시킨 혐의가 인정된다며 종신형을 선고하고 최소 25년을 복역하도록 했다.

아흐메드 부부는 2003년 9월 11일 체셔카운티 워링턴의 자택에서 당시 열일곱 살이던 딸 샤필레아를 비닐봉지로 질식사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딸이 서양 문화에 물들어 화장을 하고 남자들과 대화를 하는 것은 물론 집안에서 정해준 결혼을 거부해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사건의 전말은 아흐메드 부부의 또 다른 딸인 알레샤의 증언으로 드러났다.

사건 발생 7년 만인 2010년 8월 알레샤는 언니인 샤필레아가 어떻게 살해됐는지를 경찰에 털어놨고,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알레샤의 증언에 따르면 아흐메드 부부는 알레샤를 비롯해 다른 자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샤필레아의 입 안에 비닐봉지를 밀어 넣어 질식사하게 했다.

이후 아흐메드 부부는 딸의 사체를 잉글랜드 컴브리아의 켄트강에 유기했고, 경찰은 5개월 뒤 부패한 샤필레아의 시신을 발견했다.

재판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연 경찰은 “샤필레아는 부모의 욕구 때문에 학대를 당했다. 아흐메드 부부는 딸에게 파키스탄의 문화적 관습을 따를 것을 강요했다. 그들은 딸을 통제하려 하고 결혼을 강요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딸을 살해했다”고 말했다.

법정 기록에 따르면, 샤필레아는 살해되기 전인 2003년 초 부모의 폭행과 강제 결혼 요구를 견디다 못해 가출한 뒤 지방 당국에 긴급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흐메드는 강제로 딸을 데려와 마취제를 먹인 뒤 파키스탄으로 보내 결혼을 시키려 했고, 이에 샤필레아는 세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

격렬한 저항 끝에 샤필레아는 강제결혼을 피해 영국으로 돌아왔지만, 결국 부모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검찰은 “사건의 증거들을 살펴보면, 아흐메드 부부는 딸이 그들의 관습에 도전하고 순응하길 거부했다는 이유로 딸을 살해했다. 샤필레아는 자신의 삶의 방식과 결혼 상대를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최근 10년 간 약 25명의 여성이 가족과 친인척들에게 ‘명예 살인’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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