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니 ‘外交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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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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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순방중 잇단 말실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문화 차이 때문에 이스라엘이 경제적으로 더 성공했습니다. 이스라엘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1000달러이지만 팔레스타인 관리를 받는 지역은 1만 달러를 조금 웃돕니다.”(지난달 30일 예루살렘 킹 데이비드 호텔에서 열린 유대계 미국인 대상 조찬 모금행사)

유럽과 중동지역을 순방 중인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의 말실수가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번에는 이스라엘의 유대계 미국인 50여 명을 상대로 조찬 모금행사를 하던 중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비교한 것이 화근이 됐다.

롬니는 이스라엘의 경제적 번영이 문화 차이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문화가 모든 차이를 만들어 낸다. 내가 여기 와서 예루살렘을 둘러보면서 느낀 것은 이스라엘인들의 업적은 적어도 문화의 힘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GDP 수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이스라엘을 치켜세웠다. 롬니 후보는 데이비드 랜디스가 쓴 저서 ‘국가의 부와 빈곤’도 문화를 국가의 흥망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변수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롬니의 발언은 팔레스타인의 경제 성장이 더딘 원인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통치를 받는 가자 지역과 웨스트뱅크의 교역을 봉쇄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외면한 것이어서 팔레스타인 측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보좌관인 사에브 에레카트는 롬니 발언 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을 저급한 문화로 비유한 롬니의 발언은 아주 인종주의적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롬니가 언급한 GDP 수치는 부정확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NYT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통계를 인용해 2009년 이스라엘의 1인당 GDP가 2만9800달러인 반면에 팔레스타인은 2900달러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외국 땅에서 외국인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미국 선거 캠페인의 규칙을 따르지 않아 롬니가 고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캠프에서는 롬니의 잇따른 말실수에 반색하고 있다. 오바마 재선본부 캠프의 젠 프사키 대변인은 “롬니 후보는 가는 곳마다 외교라는 축구공에 헛발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롬니#말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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