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만명 시위에 놀란 지방정부 “항복”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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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쑤성, 오염시설 허가 취소… 베이징 폭우 애도 집회도 안막아

올가을 중국 권력 최고지도부의 교체를 앞두고 민원성 시위가 빈발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주민의 집단 요구를 받아들여 정책을 바꾸는 사례가 잇따라 눈길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민심에 더욱 귀를 기울이는 쪽으로 방향 전환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8일 장쑤(江蘇) 성 치둥(啓東) 시에서 주민 수만 명이 일본 제지업체의 공장폐수 처리설비 건설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치둥 시가 오지(王子)제지의 폐수를 바다에 버리는 하수관 설치를 허가한 데 항의하며 시 청사로 몰려와 집기를 부수고 주차돼 있던 차량 2대를 뒤집었다. 시위 과정에서 사무실에 있는 쑨젠화(孫建華) 당서기의 상의를 찢어 벗기고 ‘오지제지 폐수 강력 반대’라는 슬로건이 적힌 셔츠를 강제로 입히려 했다. 상반신이 알몸이 된 쑨 서기는 경찰의 도움으로 겨우 청사에서 뛰쳐나왔다.

홍콩 언론은 이날 시위에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이 참여했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많게는 10만 명이 몰렸다고 전했다.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로 20명 이상이 부상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100여 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맞아 3명이 숨졌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시는 부인했다.

이날 치둥 시의 상급기관인 난퉁(南通) 시의 장궈화(張國華) 시장이 TV에 나와 하수관 설치를 취소하겠다고 공식 발표해 시위대를 진정시켰다. 이번 시위는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인터넷 메신저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젊은층의 참여가 두드러진 데다 당국이 신속하게 시위에 ‘굴복’한 점이 특징이다.

이달 초 쓰촨(四川) 성 스팡(什?) 시에서도 학생과 주민 수만 명이 공해를 유발하는 합금공장 건설에 강력 항의해 사업이 취소됐다. 또 지난해 8월에도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 시 주민 1만여 명이 화학공장 이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여 시정부가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베이징(北京)에서는 28일 77명의 ‘7·21 폭우’ 사망자를 애도하는 집회가 둥청(東城) 구에서 열렸으나 공안당국은 시민의 격앙된 감정을 의식한 듯 집회를 막지 않았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장쑤성 시위#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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