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반군 ‘독재 심장부’ 폭탄공격… 국방 장-차관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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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기구 건물 등 기습… 대통령 안보보좌관도 숨져
다마스쿠스 나흘째 시가전… 반군, 도심 일부 장악한 듯

18일 오전 시리아 반군의 폭탄 공격으로 시리아 국방장관과 국방차관, 대통령 안보보좌관 등 최소 3명이 숨졌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받쳐주던 이너서클의 핵심 실세들이 폭탄 공격으로 숨지면서 아사드 정권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시리아 국영방송은 이날 수도 다마스쿠스 중심부인 라위디 지역에 위치한 국가보안기구 건물을 겨냥한 자살폭탄 테러로 다우드 라자 국방장관과 아세프 샤우카트 국방차관, 하산 투르크마니 대통령 안보보좌관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또 무함마드 알샤아르 내무장관과 이샴 이크티야르 국가보안기구 대표가 중상을 입는 등 여러 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라자 국방장관은 지난해 3월 시리아 유혈사태가 시작된 이후 반군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최고위 관리. 샤우카트 국방차관도 아사드 대통령의 매형으로 집권세력 내 핵심인물.

정부와 군, 보안기구의 고위 간부들은 이날 국가보안기구 건물에서 반군 소탕작전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국가보안기구 건물은 다마스쿠스 중심부, 시리아 주재 미국대사관과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반정부 운동가 오마르 알디마스키는 폭발 이후 많은 병사와 평상복 차림의 경찰이 시내 거리에 배치됐고 고층 건물들에 저격수들이 배치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마스쿠스 시내 상점 80% 이상이 문을 닫았고 시민들이 귀가를 서두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신들은 “삼엄한 경비를 뚫고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할 정도로 이너서클 이반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자살폭탄 공격을 한 인물이 국방장관의 보디가드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반군 측은 “고위 보안간부들이 모이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회의실에 폭탄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영TV의 자살폭탄설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또 반군 측은 엘리트 부대인 4사단 사령부 등 여러 곳에 폭탄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 정부는 폭탄 공격이 발생한 지 몇 시간 만에 국가보안기구 현장과 부상자들이 수송된 병원 주변을 봉쇄했다. 또 파드 야셈 알프레이지 육군참모총장을 신임 국방장관으로 임명했다.

이에 앞서 다마스쿠스 곳곳에서는 반군과 정부군 간에 치열한 교전이 나흘째 벌어졌다. 정부군은 다마스쿠스 동북부 카분 지역을 포격했다. 이날 시리아 의회 건물 부근의 도심지역인 사바바흐라트 광장과 바그다드 거리, 사헤트 아르노스 지역 등에서 격렬한 교전이 벌어졌다. 또 다마스쿠스 시내 서남부지역인 미단과 까담, 하자르아스와드, 동북부 카분 지역에서도 전투가 벌어져 최소 19명이 숨졌다고 반군단체가 전했다. 시리아 최대 반군단체인 자유시리아군(FSA) 관계자는 반군 규모에 대해 “10일 전 다마스쿠스에 그룹당 50명 규모로 50개 그룹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반정부세력은 “정부군의 우세한 화력에도 불구하고 반군들이 도심 내 몇몇 지역을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리아 해법찾기 외교전 시리아 유혈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전현직 유엔 사무총장이 나섰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위 사진 왼쪽)은 1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만나 시리아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표결에 찬성해 줄 것을 촉구했다. 17일에는 전임 유엔 사무총장인 코피 아난 유엔 특사(아래 사진 왼쪽)가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면담하고 시리아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모스크바=AP 연합뉴스
시리아 해법찾기 외교전 시리아 유혈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전현직 유엔 사무총장이 나섰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위 사진 왼쪽)은 1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만나 시리아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표결에 찬성해 줄 것을 촉구했다. 17일에는 전임 유엔 사무총장인 코피 아난 유엔 특사(아래 사진 왼쪽)가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면담하고 시리아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모스크바=AP 연합뉴스
이에 맞서 정부군은 시내 교전지역에 탱크와 지상공격용 헬리콥터 배치를 늘리는 한편 주요 도로에 검문소를 설치해 차량을 검문하면서 다마스쿠스와 외부지역을 차단하는 작전을 펼치고 있다.

한편 시리아의 내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이 제안한 결의안을 18일 오후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결의안은 시리아 내 유엔감시단의 임무 기간을 45일 연장하고 아사드 정권이 공격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유엔헌장 7장을 원용해 제재를 가한다는 내용. 이 조항은 유엔이 군사 개입을 포함한 모든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현재는 비군사적 제재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이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막판 극적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윤양섭 선임기자 lailai@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시리아#핵심세력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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