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수도 시가전 확대‥탱크·헬기 동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8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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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반군이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정부군을 상대로 전면전을 선언한 가운데 양측의 치열한 시가전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반군이 다마스쿠스 시내까지 진격하면서 시리아 사태가 중대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외신들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도 중심부에서도 총격전 = 시리아 정부군은 17일 다마스쿠스 카분 지역에 탱크와 지상 공격용 헬리콥터까지 배치했으며, 이날 오전 시내 사바바흐라트 광장과 바그다드 거리에선 중기관총 발사음이 들렸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사바바흐라트 광장은 국회의사당에서 불과 400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에 맞서 정권을 지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 곳이기도 하다.

또 시내 중심인 알 미단과 다마스쿠스 남부 알 하자르, 알 아스와드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져 최소 19명이 숨졌다고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가 전했다.

이날 다마스쿠스 상공 곳곳에는 포격의 흔적으로 회색의 연기가 치솟고 있고 거리는 텅 비었다. 정부군은 일부 검문소에서 철수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시리아 반군 조직인 자유시리아군(FSA)은 이날 "다마스쿠스 해방을 위한 전투가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카셈 사드 알 딘 FSA 대변인은 "승리가 가까이 왔다"며 "수도를 정복할 때까지 전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사드 정권의 중앙 통제부에 더 접근했다며 "다마스쿠스 주에서 다마스쿠스 시내로 옮겨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군은 카분 지역에서 정부군 헬리콥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반정부 대표 기구인 시리아국가위원회(SNC)는 페이스북에 반군이 정부군 탱크 3대를 파괴했다는 글을 올렸다.

현지 주민은 "정부군이 반군이 있는 알 미단 지역을 급습하려 했으나, 반군이 이를 막아 냈다"며 "그러자 정부군이 인근 지역에 '신경질적으로' 포격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전날 교전으로 민간인 43명, 정부군 23명, 반군 12명 등 최소 78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군은 양측 교전으로 '테러리스트'(반군) 33명이 숨졌고, 15명이 부상했으며 145명이 체포됐다고 주장했다.

▼주민 탈출 행렬…이라크는 자국민 철수 촉구 = 공포에 질린 다마스쿠스 주민은 이미 이 도시를 탈출하거나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57세의 시민은 "고향을 떠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지금은 생사 갈림길에 있다. 피난용 가방에는 가족 여권과 대학 졸업증명서, 현금, 비상약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시리아 사태가 중대 국면으로 접어들자 아사드 정권은 수도 사수를 위해 대대적인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

이스라엘군 정보책임자는 시리아군이 시리아 서남부의 고지 골란고원에서 다마스쿠스를 포함한 교전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 정부는 시리아에 거주하는 자국 국민에게 빨리 귀국하라고 촉구했다.

알리 알 다바그 이라크 정부 대변인은 아사드 대통령과 야당 세력에 이라크인에 대한 가해 행위를 막아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이날 하루 동안 시리아인 1200여 명이 터키로 집단 망명했다. 이 가운데는 중장 1명과 장교 및 동반 가족이 포함돼 있다고 터키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이번 집단 망명으로 터키에 거주하는 시리아 출신 난민은 4만2000여 명으로 늘었으며, 터키로 망명한 시리아군 장성 급 간부는 18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요르단의 나세르 주데흐 외무장관은 시리아가 화학무기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유엔, 러시아·중국에 시리아 사태 협조 요청 = 시리아의 내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영국과 미국,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이 제안한 결의안을 18일 표결에 부친다. 유엔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 지도부에 시리아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시리아 결의안은 유엔 감시단의 임무 기간을 45일 연장하고 아사드 정권이 공격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유엔 헌장 7장을 원용해 제재를 가한다는 내용이다.

헌장 7장은 유엔이 군사 개입을 포함한 모든 제재를 취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현재는 비군사적 제재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서방이 마련한 결의안에 반대해온 러시아가 결의안 찬성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이날 결의안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전날 코피 아난 유엔·아랍연맹(AL) 공동 특사의 시리아 사태 해결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에서 러시아를 방문한 아난 특사를 맞아 "당신의 노력을 지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하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유엔 안보리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할 이유가 없으며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을 방문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 14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시리아 문제를 협의하며 협조를 요청했다.

시리아의 우방인 러시아와 중국은 그동안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외부개입을 배제하고 시리아인들 스스로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며 시리아 제재 결의안에 반대해왔다.

시리아에서는 지난해 3월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이후 정부군의 유혈 진압 등으로 지금까지 1만70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추정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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