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노다지 캐자” 심해 골드러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1일 03시 00분


금-구리 등 公海 광물 개발 韓-中-러 등 17개국 신청
美-캐나다는 민간차원 공략

지난해 11월 남태평양 피지에서 열린 유엔 산하 국제해저기구(ISA) 심포지엄에서 가나 국적의 니 알로테이 오둔톤 사무총장은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세계 각국이 지구 면적의 절반을 차지하는 공해(公海)상에서 펼치고 있는 금 구리 등 심해 광물자원 개발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몇 달 뒤 국제광물협회의 체카쇼프 박사는 “먼저 들어가는 사람이 먼저 차지하는 시장이다. 마지막 남아 있는 지구의 영토 전쟁”이라고 거들었다.

최근 한국과 일본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대륙붕 경계 논란, 한국과 중국의 이어도 분쟁, 중국이 필리핀 베트남 등 남중국해 6개국과 벌이고 있는 해양 분쟁의 근저에는 모두 ‘미래의 노다지’로 불리는 해양 광물자원 확보 전쟁이 깔려 있다. 올 들어 지상의 영토 분쟁보다 해양 분쟁이 부쩍 더 잦아졌다. 세계 각국은 ‘21세 해양 골드러시’에서 패하지 않으려고 정면승부에 들어간 모양새다.

17일 자메이카에서 열리는 총회를 앞두고 IS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공해상의 심해자원 개발 신청을 한 국가는 한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벨기에 등 17개국에 이른다.

중국은 2010년 5월 ISA가 공해상의 심해 광물자원 개발 기준을 발표한 첫날 신청서를 제출했다. 2년 뒤인 지난달 27일 중국은 자국 전설 속에 나오는 용인 ‘자오룽(蛟龍)’의 이름을 붙인 유인 잠수정을 타고 수면 7062m 아래 심해로 내려갔다. 심해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이 세운 잠수정 심해 강하 기록을 깬 것이다.

중국은 이미 국토 면적 9100km²의 남미 푸에르토리코 크기에 맞먹는 아프리카 남동부와 인도 사이의 ‘남서 인도양 리지’의 심해자원 탐사를 위해 3명의 승무원이 탄 자우룽을 암흑 같은 바다 밑으로 내려보냈다. 러시아 프랑스 중국이 남태평양 하와이 섬 남부의 해양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가운데 한국도 4월에 피지와 심해 광물자원 개발 계약을 맺고 ‘해양 영토 전쟁’에 합류했다.

심해자원 개발은 크게 공해상의 개발과 200해리 국가 해양영토 자원 개발로 나뉘는데 공해상의 개발은 ISA에 신청해 허가를 받아야 하고 다른 국가 해양에서 탐사 및 개발을 하려면 해당 국가와 계약을 체결한다.

미국과 캐나다는 국가가 주도하는 공해 개발보다는 글로벌 탐사기업 등 민간이 해당 국가와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타이타닉호 발굴에 결정적 기여를 한 미국 해저탐사회사인 ‘오디세이 마린 익스플로레이션’은 최근 솔로몬제도 등 카리브 해안 국가들과 잇달아 해저탐사 계약을 맺었다. 캐나다 회사인 노틸러스미네랄은 2000제곱마일의 파푸아뉴기니 심해를 20년간 임차하는 계약을 맺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발굴에 들어간다. 이 회사에 따르면 추정 매장량만 금 10t과 구리 12만500t에 이른다. 환경단체는 심해 개발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대세를 거스르기엔 역부족이다.

각국이 해저 광물자원 개발에 나설 수 있는 것은 해저탐사 기술과 해양지리학이 급속한 발전을 맞았기 때문이다. 0.5%의 순도를 갖고 있는 육지의 광물과 달리 해저 광물은 10%의 높은 순도를 갖고 있어 발굴만 하면 수익성이 훨씬 높다. 육상 광물자원이 점차 고갈되어 가는 것도 각국이 눈을 바다로 돌리는 이유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국제해저기구#광물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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