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출근하고 5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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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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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인수 美 듀크에너지 새 CEO 퇴진 조건으로 지급검찰, 이사회 배임의혹 조사

2일 인수합병(M&A)으로 탄생한 미국 최대 에너지업체인 듀크에너지의 첫 최고경영자(CEO) 윌리엄 존슨 씨(사진)가 근무 하루도 안 돼 물러난 사건으로 미 재계가 시끄럽다. 존슨 씨는 불과 몇 시간 회사에 출근한 대가로 무려 4400만 달러(약 500억 원)를 받아갔기 때문이다. 회사가 있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검찰과 에너지위원회는 즉각 진상조사에 들어갔다고 8일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미 3위 에너지업체였던 듀크에너지는 지난해 초 경쟁사인 프로그레스에너지를 137억 달러(당시 환율로 15조4000억 원)에 인수 합병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1년 6개월간의 협상 끝에 2일 합병 완료를 선언했다. 양사는 합병 이후 CEO는 프로그레스에너지 출신의 존슨 씨가 맡고, 이사회 의장은 듀크에너지의 제임스 로저스 씨가 맡는다는 합의문을 작성했다.

하지만 2일 오후 듀크에너지 이사회는 첫 출근한 존슨 씨를 면담한 뒤 그를 물러나게 하고 로저스 씨를 신임 CEO로 임명했다. 이사회는 존슨 씨에게 ‘합병 회사를 폄하하지 않는다는 등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순순히 물러나면 4400만 달러를 지급하겠다’고 조건을 내걸었으며 존슨 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프로그레스에너지 이사회는 합병 법인의 CEO를 자사 출신이 맡고 로저스 기존 듀크에너지 대표가 CEO에서 물러나는 대신 이사회 의장을 맡기로 한다는 조건으로 합병을 승인했는데 이를 어긴 것은 “합병을 승인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과 다른 믿을 수 없는 배신행위”라고 주장했다. 프로그레스에너지의 이사회 멤버였던 존 뮬린 씨는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서한을 보내 “미 기업 역사상 가장 큰 기업 납치(Corporate Hijacking)”라고 비판했다. 거액의 보상금을 받고 취임 하루도 안 돼 물러난 존슨 씨는 진실의 열쇠를 쥐고 있지만 모든 언론과의 접촉을 피한 채 잠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검찰은 6일 듀크에너지에 CEO 교체를 놓고 2일 이사회에서 오간 대화 내용을 문서로 제출하도록 명령했다. 주 에너지위원회도 10일 청문회를 열어 이 사건을 조사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은 합병의 전제조건으로 양사 주주들에게 내건 약속을 합병과 동시에 뒤집으면서 주주를 배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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