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부유층 반발로 몸살
佛 재계 “경제 경직시킨다”… 日 소비세 인상안 통과 홍역
美도 대선 맞물려 갈등 고조
세계 주요국들이 올해 들어 잇달아 세금을 더 걷는 쪽으로 급선회하면서 각국이 ‘증세 정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치권이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고 증세의 타깃이 된 부유층과 기업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증세 정책은 비어 가는 나라 곳간을 채우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양날의 칼’이어서 논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사회당 정부는 올해 72억 유로(10조2500억 원) 증세를 뼈대로 하는 추경예산안을 마련해 4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연간 100만 유로(약 14억 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해 최고세율 75% 적용 △대기업에 대한 특별법인세 신설 △대기업 배당금과 스톡옵션에 대한 세금 신설 등이다. 피에르 모스코비시 재무장관은 “경제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부유층과 대기업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경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를 올해 4.5%, 내년 3%, 2014년 2.25%에 맞추기 위한 조치다.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에서 활동했던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는 “비이성적인 역사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제임스 존스턴 영국 변호사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과 스위스 등 세금이 적은 국가로 떠나는 프랑스 부유층이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랑스 재계를 대변하는 메데프의 로랑스 파리소 회장은 “프랑스 경제를 경직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에 앞서 스페인이 70만 유로 이상의 연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에게 특별재산세를 물리는 조치를 도입했고 이탈리아도 연간 30만 유로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특별세를 부과하고 있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주식 채권 파생상품 외환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금융거래세 도입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7개 회원국 가운데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9개국은 찬성 쪽이다. 세금을 거둬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의 구제금융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미온적이다.
일본의 여당인 민주당도 수십 년 동안 해묵은 숙제였던 소비세 인상안을 지난달 말 중의원에서 통과시킨 뒤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중국에서도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린이푸(林毅夫)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명예원장이 지난달 말 한 토론회에서 부자 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해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1994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집권 초기 증세 방안을 발표한 이후 미국 사회도 거의 20년 만에 ‘감세에서 증세’로 세제 패러다임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월 미 의회에 제출해 현재까지 잠자고 있는 2013년 예산안에 따르면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최저세율이 30%로 인상되고 배당소득에 대한 세율도 현행 15% 수준에서 39.6%로 두 배 이상으로 오른다. 최고소득세율도 현행 35%에서 39.6%로 인상된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재정적자 축소 및 불평등 해소를 위해 예산안 처리를 강하게 밀고 있고 공화당은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민주 공화 양당은 아직 ‘뜨거운 감자’를 꺼내들기 주저하지만 예산안 처리 문제는 심의 시한인 연말이 다가올수록 미국 정치와 사회의 시한폭탄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11월 미국 대선 및 의회 선거와 맞물리면 폭발력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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