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 수습? 파국?… 메르켈-올랑드 ‘베를린 맞짱’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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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 쌍두마차’ 첫 정상회담

‘긴축이냐 성장이냐.’

유럽 경제가 처한 현실과 희망을 상징하는 두 개의 단어를 놓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가 15일 독일 베를린에서 첫 승부를 벌인다.

세계의 관심은 만찬을 겸해 열리는 실무회담에서 과연 유럽연합(EU)의 쌍두마차가 유럽 위기를 헤쳐 나갈 만한 원칙적 합의나 공감대를 도출해낼 것인지에 쏠려 있다.

최대 쟁점은 EU의 신재정협약 수정 문제. 협약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못 줄이면 자동 제재하는 등의 EU 25개국(영국, 체코 제외) 재정통합 정책으로 올 1월에 합의됐다. 문제는 재정위기 때문에 강력한 긴축정책을 펴고 있는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대다수 EU 회원국의 경기가 후퇴하고 서민의 고통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두 정상의 측근들은 회담 전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올랑드 대통령의 측근 마뉘엘 발 의원은 독일 정부 관계자들이 신재정협약의 재협상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유럽의 운명은 메르켈 총리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역할을 바꾸려는 올랑드 대통령의 생각은 위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취임 전인 14일 “프랑스와 독일은 함께 일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모든 주제에 대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다”며 이견이 있음을 인정했다.

정치 경제 상황은 복잡하다. 그리스 총선, 프랑스 대선, 독일 지방선거에서의 메르켈 총리의 패배 등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표심이 줄줄이 나타나면서 올랑드 대통령의 성장 우선주의가 힘을 받게 됐다.

반면 유로 위기의 뇌관으로 재부상한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 논란은 긴축 없이는 재정적자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해결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EU 집행위는 프랑스조차도 공공지출 감축과 세수 확대 없이는 내년까지 재정적자를 GDP의 3% 이하로 낮추는 게 어렵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올랑드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외견상 적절한 타협을 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두 정상이 자기의 주장만 늘어놓을 만큼 상황이 한가롭지 않다.

올랑드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첫 국제무대에서 우방인 독일과 마찰을 일으키기가 부담스럽다. 메르켈 총리 역시 긴축정책의 중요성만 언급하기에는 대내외적인 환경이 너무 어렵다.

양국과 EU 수뇌부가 찾고 있는 해법은 신재정협약에 ‘성장’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유럽 언론은 전했다. 긴축 협약의 골간은 건들지 않으면서 올랑드 대통령의 입장을 배려하는 방식이다. ECB의 시장 개입을 확대하고, 유럽투자은행(EIB)의 재원을 늘려 EU 내 인프라와 신산업에 투자하는 방안도 그런 차원으로 모색되고 있다. 견해차가 크지만 금융거래세를 도입하는 문제도 검토되고 있다.

만찬 후 기자회견에서는 “…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에 의견이 일치했다”는 식의 견해 표명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올랑드 대통령 측은 “두 정상이 합의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겠지만 어떤 결정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의 중장기적인 성장 대책과 그리스 사태 대응 방안을 담은 경제위기 해법은 23일 열리는 EU 특별정상회의에서 구체적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유로존#메르켈#올랑드#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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