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분노의 票心 “제3정당 밀어주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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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급진좌파 2당으로
伊 지방선거 약진 신생정당 정치 풍자 코미디언이 대표

전통적으로 좌파 우파 양대 정당이 이끌어온 유럽의 정치지형에 극단적인 공약을 내세우는 ‘제3정당 돌풍’이 불고 있다. 단순히 의석 몇 석을 얻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제2정당으로까지 등극해 정국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곳도 있다. 게다가 이들 제3정당을 이끌고 있는 당 대표에는 코미디언, 토목 기술자 등 여러 분야 출신은 물론이고 폭발물 소지 혐의로 투옥됐던 범죄자들까지 포함되어 있어 경제위기에 따른 유럽 유권자들의 분노가 ‘기성 정당은 싫다, 무조건 갈아보자’는 심리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로 6일 그리스 총선에서 52석을 얻어 제2정당이 된 급진좌파연합 시리자당의 대표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구제금융과 긴축정책 무효”를 선언하며 유럽 경제와 세계 증시를 충격에 빠뜨렸다. 치프라스 대표는 수려한 외모의 탁월한 선동가이다. 38세로 아테네기술대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기술자이면서 좌익 학생운동에 빠져 공산당에 몸담기도 했다.

한편 니콜라오스 미칼롤리아코스(55)가 이끄는 그리스 극우 신나치정당 황금새벽당도 9년 만에 처음으로 원내에 진입했다. 의석수도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21석이나 얻었다. 아테네대에서 수학을 전공한 미칼롤리아코스 대표는 영국대사관 앞 시위(1974년), 언론인 폭력(1976년) 등으로 처벌받고 극우단체 가입 후 총기와 폭발물 소지 혐의로 1년간 투옥되기도 했던 인물.

6, 7일 지방선거를 치른 이탈리아에서는 ‘5스타운동’이라는 신생 정당이 높은 지지율을 얻어 화제가 됐다. 5스타운동은 정치풍자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64)가 2009년 자신의 블로그에 대안정치운동을 제안하며 시작된 신생 정당. 그릴로 대표는 총리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방송출연 정지를 당한 후 전국을 돌며 이탈리아의 악명 높은 부패정치를 비판하는 공연을 해왔다. 그는 유권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담은 유튜브 동영상에서 “(기존) 정당들은 정치라는 똥물에 빠져 있다. 유권자들은 익숙한 인물에게서 등을 돌려야 한다”고 말하는 등 독설을 퍼부었다.

독일에서도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 정치 투명성을 주창하는 ‘해적당’이 최근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2006년 창당한 해적당은 지난해 9월 베를린 시 지방선거에서 8.9%의 득표율을 기록해 처음으로 지방의회에 진출했다. 이후 남서부 자를란트 주에 이어 6일 치러진 북부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 의회 선거에서도 8.2%를 득표해 세 번째 원내 입성에 성공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유럽#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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