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死地’로 몰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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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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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측서 750억원 지원”… 대선 앞둔 2006년 문건 나와

‘사르코지의 정치생명을 끊을 천기누설이냐, 황당한 음모냐.’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정권이 2007년 프랑스 대선 때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사진)를 돕기 위해 5000만 유로(약 75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기록된 문건이 공개돼 다음 달 6일 대선 결선투표를 앞둔 프랑스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28일 프랑스 인터넷매체 메디아파르는 2006년 12월 10일 아랍어로 작성된 한 쪽짜리 문건을 공개했다. 문서에는 “카다피 정부는 (2006년) 10월 6일 사르코지 후보 인사들과의 회의 결과에 따라 사르코지 후보의 대선 운동을 돕기 위해 선거자금 5000만 유로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씌어 있다. 또 이 문서는 “회의에는 우리(카다피 정권) 쪽에서는 정보국장과 리비아투자기금 회장이, 사르코지 측에서는 브리스 오르트푀(전 내무장관)와 지아드 타키엣디네(레바논계 사업가)가 참석했다”며 “카다피의 비서실장 바시르 살레가 자금 지원과 감독을 책임진다”고 적었다. 무사 쿠사 외교장관의 서명도 있다. 메디아파르는 “이 문서는 카다피 전 정권의 고위 관료들에게서 최근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사회당은 “사르코지 대통령은 국민 앞에 진실을 밝혀라”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사르코지 캠프 대변인은 “프랑수아 올랑드 캠프가 조잡한 교란 작전을 벌이고 있다”며 “웃긴다. 선거자금 한도가 2200만 유로인 대선후보 계좌로 카다피의 돈 5000만 유로가 들어왔다는 얘기냐. 왜 1억 유로가 왔다고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카다피의 대선자금 지원 의혹에 대해 “기괴한 얘기”라고 말했다.

사르코지와 카다피는 2007년 상호 방문하며 가깝게 지냈다. 카다피는 에어버스 여객기 21대와 군수물자 등 100억 유로의 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사르코지는 “더는 카다피를 독재자로 간주하면 안 된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사르코지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유엔을 통해 리비아 제재를 주도하고 반정부 조직 ‘과도국가위원회’를 리비아 정부로 인정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카다피 정권은 곧바로 “사르코지를 몰락시킬 엄청난 비밀이 있다”고 말했다. 카다피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도 “사르코지는 리비아에서 받은 대선자금을 반환하라”고 주장했었다.

프랑스 언론은 이 문건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선과 관련해 거액의 불법자금이 오가는 일이 거의 없는 데다 그런 큰돈이 선거 캠프에 비밀리에 유입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5000만 유로가 사르코지 측에 가지 않았더라도 비밀회동이 있었다는 사실만 입증되면 사르코지에게 정치적 사망 선고가 내려질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사르코지#佛대선#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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