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배우 애슐리 저드 “내 부은 얼굴이 논란거리? 美 저급한 토론문화 보여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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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석사 출신 美배우 애슐리 저드 언론기고 글 화제

미국 유명 여배우 애슐리 저드의 2006년(왼쪽)과 최근 모습. 사진 출처 인터넷사이트 ‘US’1
미국 유명 여배우 애슐리 저드의 2006년(왼쪽)과 최근 모습. 사진 출처 인터넷사이트 ‘US’1
영화 ‘히트’ ‘하이 크라임’ 등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미모의 할리우드 여배우 애슐리 저드(44)의 ‘부은 얼굴(Puffy Face)’이 미국사회에서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이끌어내고 있다.

예전에 비해 확 달라진 자신의 얼굴에 대하여 각종 추측이 난무하자 저드는 미국 사회의 저급한 토론 수준에 비판을 가하고 나섰다. 할리우드 여배우에 대한 선입견을 일시에 깨버리는 저드의 날카로운 문제의식에 “역시 하버드대 석사 출신 여배우는 다르다”는 칭찬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시작된 ‘실종(Missing)’이라는 TV 드라마에 출연 중인 저드는 과거보다 퉁퉁하고 푸석해진 얼굴로 등장한다. 몇 년 전 한 남성잡지가 ‘세계 최고의 섹시 여성 스타’로 꼽을 정도로 매력적인 여배우의 급격히 달라진 모습에 인터넷에서는 ‘저드의 전과 후’ 사진이 올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CNN 등 주요 언론까지 나서 전문가들을 동원해 이유 분석에 매달렸다. ‘몸매 관리에 실패해 살이 찐 것’이거나 ‘주름 제거 성형수술의 후유증’의 두 가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결론이었다.

이에 저드는 9일 인터넷매체 데일리비스트 기고를 통해 축농증 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스테로이드성 약물 부작용으로 얼굴이 붓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여배우의 얼굴을 둘러싸고 추측과, 채워지지 않을 호기심 충족 경쟁만이 횡행하는 세태를 질타했다.

저드는 지난달 20일자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에 실린 자신의 부은 얼굴에 대한 5가지 글을 제시한 후 “모두 나에 대한 글이지만 이 중에서 정작 나에게 사전에 설명을 요청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저드는 “사회가 외모를 기준으로 여성을 평가하고 이 기준에 맞지 않는 여성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며 “여성의 외모에 대한 사회적 집착으로 인해 여성의 능력에 대한 진지한 평가와 일터에서 여성이 처한 불평등한 조건에 대한 고민은 설 자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남성 중심적 사고는 오히려 여성들 사이에서 더 팽배해 있다”며 “나의 외모에 대한 각종 루머의 생산자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사실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드는 “드라마 내용과는 무관하게 나에게 획일적인 미의 기준이 강요된다는 점이 가장 가슴 아프다”며 “드라마 속 나는 평범한 여성의 역할인데 날씬하고 주름 하나 없는 여성의 이미지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이탈리아 유학 중 실종된 17세 아들을 찾아 유럽을 헤매는 어머니로 등장한다. 저드는 “내 얼굴이 논란거리가 되는 것 자체가 미국의 토론 수준이 얼마나 낮은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내 얼굴을 가십거리로 다루지 말고 이를 계기로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정식 토론을 벌여 보자”고 제안했다. 미 언론들은 저드의 글 이후 여성의 미의 기준에 대한 각종 분석을 제시하며 현대사회에서 미디어의 영향으로 날씬한 여성이 각광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저드의 탁월한 필력도 주목을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기자들을 무색하게 할 명문(名文)”이라고 평가했다. 저드는 켄터키대 불문학과를 우등으로 졸업했으며 2010년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에서 외교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애슐리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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