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도시 주택가 돌며 흑인만 표적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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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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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5명에 총격 3명 사망… 용의자 백인 남성 2명 체포
佛 남부 이슬람거주지서도 총기살인 5개월새 4건 발생

미국의 한 도시에서 불과 몇 시간 사이 흑인 5명이 잇따라 총에 맞아 3명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 흑인을 겨냥한 ‘인종 증오범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소수계 주민을 겨냥한 총기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등 선진국 곳곳에서 소수 인종을 겨냥한 증오범죄가 늘고 있다.

미 ABC뉴스에 따르면 6일 오클라호마 주 제2의 도시인 털사 북부 흑인 주택가에서 흑인 5명이 잇따라 총에 맞았다. 숨진 3명은 모두 30∼50대의 흑인 여성이며 부상한 흑인 2명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총격은 이날 오전 1시부터 몇 시간 동안 반경 2.4km² 내 주택가에서 발생했다. 범인들은 흰색 픽업트럭을 몰고 다니며 범행을 저질렀다는 목격자 진술이 나오고 있다.

25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을 꾸리고 대대적인 범인 검거작전에 들어간 연방수사당국은 8일 새벽 용의자 2명을 체포했다. 용의자는 제이크 잉글랜드(19)와 앨빈 와츠(32)라는 백인 남성들이다.

흑인 사회는 즉각 인종 증오범죄가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털사는 지난해 흑인폭동 9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행사가 이뤄진 지역이다. 미국 최대의 흑인 인권 및 지위 향상 단체인 전국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O) 털사 지회장 워런 블랙니 목사는 “이번 범죄는 흑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며 흑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흑인 사회 지도자들은 긴급 회동을 한 뒤 이 사건이 인종 간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현지 경찰은 2월 말 플로리다 주 샌퍼드에서 백인 자경단원이 흑인 고교생 트레이번 마틴 군(17)을 살해한 이후 고조되고 있는 인종 갈등이 더욱 확산될 것을 우려해 즉각 연방수사국(FBI)과 연방경찰에 협조를 요청했다.

한편 프랑스 툴루즈 테러 후 이슬람 과격분자 검거 열풍이 불고 있는 파리 남부 에손 주 그리니시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6일 알제리계 여성 나지야 부제미야 씨가 헬멧을 쓰고 오토바이를 탄 괴한의 총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그리니시 인근 쥐비지쉬르오르주의 지하주차장에서 나탈리 다비즈 씨(35)가 10발의 총을 맞고 숨지는 등 에손 주에서만 최근 5개월간 4건의 총기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수사 당국은 4건의 사건에 모두 구경 7.65mm의 권총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으며 2∼4번째 희생자는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내무부는 극단주의자의 소행일 개연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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