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신문 회장 “하시모토는 히틀러”… 오사카 시장 “와타나베는 독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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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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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보수파 두 거물 ‘右-右난타전’

극우 노선을 걷고 있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43) 일본 오사카 시장이 이끄는 지역 정당 ‘오사카유신회’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자 일본의 기존 우파 내부에서 그에 대한 비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공격의 선봉에는 일본 최대 발행부수인 요미우리신문사의 회장이자 주필로 ‘밤의 총리’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와타나베 쓰네오(渡邊恒雄·86)가 나섰다.

와타나베는 종합월간지 분게이슌주(文藝春秋) 4월호에 기고한 ‘일본을 좀먹는 대중영합주의’란 글을 통해 하시모토 시장을 맹공했다. 그는 하시모토 시장이 2월 12일자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선거란 국민에게 큰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일종의 ‘백지위임(白紙委任)’이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 “그의 발언은 히틀러를 상기시킨다. 매우 위험한 징후”라고 비판했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막대한 배상금을 물게 돼 기성 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넘치던 독일에 홀연 등장한 히틀러는 총리가 된 순간 ‘전권(全權) 위임법’을 통과시켰고, 이는 파시즘의 원흉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와타나베는 1950년 요미우리신문에 평기자로 입사해 편집국장을 거쳐 2005년 회장직에 오른 인물이다. 특히 정치부 기자 시절 오노 반보쿠(大野伴睦) 전 자민당 부총재의 담당기자로 막후에서 정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1962년에는 한일 국교 정상화 협상을 위해 막후에서 오노와 박정희 대통령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수십 년 동안 정계와 언론계의 거물로 활동했다. 2007년에는 자민당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총리직에서 물러나자 자민당 내 파벌 지도자들을 움직여 강경파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대신 온건파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를 총리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알려져 있다.

보수파의 거물인 와타나베의 직격탄을 받은 하시모토 시장은 1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요미우리신문사뿐만 아니라 정계, 재계, 야구계까지 장악한 와타나베 씨야말로 독재자가 아닌가”라고 정면으로 되받아쳤다. 그는 또 히틀러 시대와 달리 미디어나 의회 등 독재 권력을 감시할 수단이 있으므로 와타나베의 주장은 ‘논리의 비약’이라 반박했다.

하지만 기존 우파의 하시모토 공격은 계속됐다.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총재는 18일 강연에서 오사카유신회의 중앙정계 진출에 관심이 집중되는 정치 상황에 대해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일본 군부와 히틀러, 무솔리니가 대두했을 때를 떠오르게 한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최근 자민당 등을 중심으로 한 기존 우파가 하시모토 시장과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 도지사로 대변되는 극우파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하시모토 시장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공립학교 행사 때 기미가요를 기립해서 부르지 않는 교사나 학생들을 처벌하는 조례를 제정하고 일본이 핵보유국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극우적 언행을 보이고 있음에도 각종 여론조사마다 정치인 인기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16∼18일 실시한 정당 선호도 설문조사에서는 각각 자민당, 민주당의 텃밭인 와카야마(和歌山), 시가(滋賀) 현에서조차 오사카유신회가 1위를 차지했다. 오사카유신회는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전국에 300명의 후보를 내 약 200석 획득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의 보수 성향을 강화시켰다는 평가를 듣는 와타나베지만 그는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와 역사 수정주의에 대해서는 명확한 반대 방침을 취하고 있다.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논란에 대해 그는 2007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절대로 참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누가 총리가 되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을 약속해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나는 발행부수 1000여만 부의 ‘요미우리신문’의 힘으로 그를 쓰러뜨릴 것이다”라는 극단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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