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휴가 연장’ 국민이 막았다

  • 동아일보

노조 ‘유급 4주→6주’ 제안
국민투표 67% 반대로 부결

스위스 국민들이 ‘더 긴 휴가’를 거부했다. 스위스 공영방송 SSR는 11일 스위스 연방 26개 칸톤(미국의 주에 해당)에서 시행된 국민투표에서 유급휴가를 4주에서 6주로 늘리는 제안이 부결됐다고 전했다.

스위스 노조 연합은 유럽 국가들과 같은 6주 휴가를 주장하며 12만5000명의 서명을 받아 휴가 연장안을 제안했다. 스위스에서는 연방 법률이나 결의에 대해 5만 명의 서명이 있으면 국민투표에 회부할 수 있는 국민투표 발의가 이뤄지며 중요 안건은 국민투표의 과반수 찬성과 전체 칸톤의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투표 결과 전체 투표자의 67%가 휴가 연장안에 반대했고 칸톤들도 단 한 곳도 찬성하지 않았다.

제안 부결에 대해 사업체 대변업체 스위스예술공예연맹 한스울리히 비글러 사무총장은 AP와의 인터뷰에서 “제안이 통과됐다면 노동비용으로 연간 65억2000만 달러(약 7조3271억 원)가 더 들었을 것”이라며 “스위스 국민들이 현실 감각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스위스 고용자협회는 “더 긴 휴가에 대해 ‘노’라고 말하는 것이 결국은 스위스 회사의 경쟁력과 사회 고용 안정성 모두에서 ‘예스’를 이끌어내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조 연합은 “실망스럽지만 노동자의 분노를 공론화한 것이 자랑스럽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노조들은 휴가 기간이 늘면 더 많은 사람에게 취업 기회가 돌아가고, 경쟁 스트레스에서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현재 스위스는 다른 유럽 국가들이 부채 문제 등으로 경제 위기를 겪는 것과 달리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아 밀려드는 투자금으로 통화 가치가 치솟고 있다. 그럼에도 스위스는 다른 유럽 국가들의 방만한 경영이 만든 국제적 경제 위기 상황을 주시하며 긴축 정책을 벌이고 있다. 비글러 사무총장은 이번 투표 결과를 놓고 “개인의 자유를 누리고 시민의 책임감을 나타내기 위한 국민의 선택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함께 실시된 제2주택 매매 제한안에 대한 국민투표는 찬성률이 50%를 가까스로 넘기며 통과됐다. 현재 스위스의 주택 50만 채 중 약 12%는 휴양용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환경단체들은 천연자원 낭비와 부동산값 상승을 막기 위해 제2주택용 주택 매매를 각 마을 주택의 5분의 1 이하로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관광지로 유명한 알프스 산맥 아래 동네들은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국민은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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