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日대지진 그 후 1년…‘죽음의 땅’ 후쿠시마를 가다

  • 채널A
  • 입력 2012년 2월 27일 22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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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이 끔찍한 지진 해일이 일어났던
지난 해 3월 11일은 금요일이었습니다.

평화롭던 금요일 오후의 일본 동북부 지방은
생지옥으로 변했었죠.

그 여파로 망가진 후쿠시마 제1 원전은
지금도 시한 폭탄이고,
주변 지역은 죽음의 땅이 된 지 오랩니다.

그 재앙의 현장에
윤경민 국제부장이 다녀왔습니다.

[채널A 영상] 日대지진 그 후 1년…‘죽음의 땅’ 후쿠시마를 가다

[리포트]
2011년 3월 12일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대규모 방사능 누출

그로부터 1년.

후쿠시마 원전으로 향하는 모든 길은 봉쇄됐습니다.

재해대책법에 따라 출입을 금지한다는 표지판이 나옵니다.

허가 받은 원전사고 수습 차량 외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녹취: 후쿠시마현 경찰]
"주민들도 못들어갑니까? 네, 주민도요? 네"

여기서 이쪽 방향으로 20km만 가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가 나옵니다. 원전으로부터 반경 20km 범위 내에는 피난구역으로 설정돼 있습니다. (그림 덮고) 따라서 이처럼 경찰관들이 검문검색을 강화하며 허가증이 없는 사람과 차량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피난을 거부한 채 원전 10km 지점에서 사는
한 주민의 도움을 얻어 피난구역 내부로 들어가봤습니다.

원전 차량이 이따금씩 지날 뿐
피난구역 내 모든 마을은 텅 비어 있습니다.

저는 지금 원전으로부터 10킬로미터 구역에 있는
도미오카 마을의 상점가를 지나고 있습니다.

지금 문을 열어놓은 상점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물론 사는 주민들도 없습니다. 사람의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고요한 정적만이 흐르고 있는 마치 유령같은 마을로 변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 합니다.
쇼핑객과 볼일 보는 사람들로 번잡할 시간이지만
이런 을씨년스런 풍경이 1년 가까이 펼쳐지고 있는 겁니다.

번화가를 빠져나와 주택가로 향하는 사이
갑자기 검은 소 한 마리와 마주쳤습니다.

지금 소 한마리가 지나고 있습니다.
여기 축사가 다 방치된 상태기 때문에 소가 지금 마을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먹을 것을 찾아 거리를 헤매는 소는
이 마을에만 수백 마리.

소들은 어쩌다 이렇게 방치됐을까?

[인터뷰: 마쯔무라] 5초 (화면 분할 편집)운전인터뷰
"주민들이 (가축들이) 불쌍해서 한 번 돌아와 다 축사를 열어놨던 거지"

이렇게 살아 남은 소는 운이 좋은 경웁니다.

마을 안의 한 버려진 축산농가를 찾아가봤습니다.
(마쓰무라씨 걸어가는 뒷모습 + 포즈)

[스탠드업]
"원전사고 후 급히 피난을 떠난 주인이 버리고 간 소들입니다. 모두 뼈와 가죽만 남긴 채 죽어 있습니다"

이 축사에만 60여 마리가 있었지만
모두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우리마다 사체의 흔적이 널부러져 있습니다.

우리 안에 갇힌 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고스란히 굶어 죽은 겁니다.

[인터뷰: 마쓰무라 나오토]
"주인이 피난 떠날 때 그대로 놔두고 갔으니 굶어죽은 거지"

다급한 피난길에 가축 챙길 시간이 없었던 겁니다.

지난해 여름에는 구더기와 파리가 들끓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게 선진국 일본이 한 짓이야"

마쯔무라 씨도 원전사고 직후 다른 주민들처럼
피난을 떠났지만 한 달도 안돼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피난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마쯔무라 나오토 / 도미오카 마을 주민]
(기자)왜 혼자만 피난을 거부하는가?
"거부라기보다 누가 살아 있는 이 가축들을 돌보겠나?"

주인 잃은 멧돼지와 소 등 온갖 가축과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마쯔무라 씨의 일과입니다.

자신을 졸졸 따라온 타조도
집에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이 곳의 방사능 오염 정도는 얼마나 될까?

집 마당에서 방사선량을 측정해보니 시간당 8마이크로 시버트,
사고 전의 백배가 넘습니다.

"원전사고 직후에 비해 방사능 수치가 낮아지긴 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닙니다. 이곳에서 피난을 거부한 채 10개월 넘게 살고 있는 마쓰무라 씨의 경우 체내오염이 심각할 수준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검사 결과 완전 피폭으로 판명됐습니다.

[인터뷰] 마쓰무라 운전 중 인터뷰
(기자)병원에서 검사받았나?
"받았다"
(기자)결과는?
"완전 피폭이다"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마을을 지키기로 했다는
마쯔무라 씨.

본인의 생명은 소중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인터뷰]
"내가 죽는다면 저 원전에 매일 수천 명씩 들어가서 일하고 있는데 그들은 벌써 죽었을 것이다."

전기도 수도도 끊긴 상태에서
촛불과 숯불, 그리고 오염된 개울물과
통조림 음식으로 지내는 마쯔무라 씨.

그에게는 소박하지만 결코 이루기 쉽지 않은
희망이 있습니다.

[인터뷰]
"가까운 장래에 오염제거 끝내서 모두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게 희망이다"

그가 꿈꾸는 희망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원자력 대재앙의 비극 앞에서 무기력해진 인간

버림받은 가축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주인 잃은 애완동물들이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죽음의 땅 후쿠시마.

15만 명에 이르는 후쿠시마 원전 난민이
안심하고 고향 땅으로 돌아갈 날이 과연 올 것인지,
현재로선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마쯔무라씨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 이윱니다.

[인터뷰]
"누군가 반드시 벌 받을 거야 (여기까지 얼굴보이고)
(기자) 누가요?
정부, 주인, 도쿄전력이"

죽음의 땅 후쿠시마현 도미오카마치에서
채널A뉴스 윤경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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