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報恩 기증’… 30명이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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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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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기증받은 환자의 가족이, 연인이, 친구가…
美 11개주 30명 17개 병원에서 ‘사랑의 릴레이’

30명의 기증자와 30명의 수혜자가 등장하는 ‘영화 같은’ 사랑의 장기 기증 릴레이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출발이 된 사람은 캘리포니아 주 리버사이드에 사는 릭 루자멘트 씨(44). 그는 2011년 2월 자신의 요가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직원이 친구를 위해 신장을 줬다는 얘기에 감명 받아 이틀 뒤 자신도 기증 의사를 밝혔다.

그의 뜻은 신장기증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민간단체 전미신장기록소(NKR)에 등재됐다. 그의 신장은 미 대륙을 횡단해 그해 8월 15일 동부인 뉴저지 주 리빙스턴에 사는 66세 남성 환자에게 이식됐다. 이 환자의 조카딸 테레사 가빈 씨(34· 간호사)는 삼촌의 수술 후 NKR를 통해 다른 환자에게 자신의 신장을 기증하고 싶다고 했다.

가빈의 신장을 받은 환자는 위스콘신 주 매디슨에 사는 여성 환자 브룩 키츠먼 씨. 그녀의 옛 남자친구 데이비드 매도시 씨도 이 소식을 듣고 자신의 신장을 기증했다. 매도시 씨의 신장을 받은 사람은 자나 대니얼스(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 거주)라는 여성. 이어 대니얼스 씨의 남편이 기증 의사를 밝혔고 그의 신장은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 사는 무사파 파크스 씨에게 이식됐다.

이 같은 기증과 이식의 연결 고리는 사랑하는 이에게 신장을 주고 싶어도 혈액형 차이, 거부 반응 등으로 줄 수 없었던 사람들이 NKR를 통해 이식 가능한 사람을 찾고, 그 대신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NKR가 찾아준 다른 사람의 신장을 기증받는 식으로 이뤄졌다.

30건의 릴레이 이식 수술은 2011년 12월 20일까지 4개월 동안 11개주의 17개 병원에서 이뤄졌다. 릴레이의 마지막 수혜자는 일리노이 주 졸리엣의 도널드 테리 씨. 그는 가족 중에 자신에게 신장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해 절망했다가 12월 이식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요즘 테리 씨는 이 릴레이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즐거운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이처럼 남에게서 도움을 받은 가족이나 연인을 보고 이에 대한 보은의 뜻으로 장기를 기증하는 릴레이는 2005년 존스홉킨스대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적이 있지만 이번에 긴 릴레이가 이어진 것은 NKR의 설립자이자 대표를 맡고 있는 가렛 힐 씨(49)의 노력 때문이었다. 한때 잘나가는 비즈니스맨이었던 그는 딸이 타인의 신장을 기증받아 병을 치유한 뒤 아예 일을 그만두고 2007년 12월 기증 네트워크 조직을 만들어 지금까지 429건의 이식 수술을 성사시켰다. 고리가 끊어질 뻔한 위기도 있었지만 컴퓨터를 통한 기증자와 수혜자의 연결, 신장 운송, 수술 등 관련 기술의 발달로 기증 릴레이가 이어질 수 있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살아있는 사람의 신장을 기증받으면 10년 뒤 장기가 그대로 기능할 확률은 60%, 죽은 사람의 것을 받았을 때는 43%이다. 미국 내 신장 이식수술 가운데 살아있는 사람의 신장이 기증되는 경우는 33%에 불과하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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