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여비서 초청… 부자증세 의지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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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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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사람은 지난해 초 애리조나 총격 사건으로 중상을 입은 개브리엘 기퍼즈 하원의원이었다. 이틀 전 재활치료를 위해 의원직 사퇴를 발표한 그가 붉은 투피스 차림으로 의사당에 입장하자 공화 민주 할 것 없이 양당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해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뒤이어 입장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기 전 기퍼즈 의원과 힘껏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다. 기퍼즈 의원은 맨 앞줄에서 연설을 경청했다. 옆자리의 공화당 소속 제프 플레이크 의원은 거동이 불편한 기퍼즈 의원이 기립박수를 위해 10여 차례 일어설 때마다 함께 일어나 부축해줘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신년 연설에서는 애리조나 총격 사건 직후 정치권이 합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상당수 의원이 당적을 가리지 않고 섞어 앉았지만 올해에 이런 의원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부채한도 증액, 소득세 감면 연장 등을 놓고 양당이 치열한 대치를 거듭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라고 CNN방송은 해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10여 차례 기립박수를 포함해 총 70여 차례 박수를 받았다. 외교정책,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해 언급할 때는 의원들 모두가 환호와 박수를 보냈지만 부자 증세. 대체에너지 개발 등 양당 의견이 갈리는 이슈에서는 연단 뒤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포함한 일부 공화당 의원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의사당 2층에 마련된 갤러리(방청석)에서는 대통령이 초청한 23명의 ‘손님’이 미셸 여사와 함께 연설을 지켜봤다. 올해 30년째를 맞은 손님 초청 전통은 1982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당시 에어플로리다 비행기의 워싱턴 추락사고 때 포토맥 강에 뛰어들어 인명을 구조해낸 의회예산국 직원 레니 스커트닉을 초청해 ‘미국의 영웅’이라고 칭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운영 메시지를 담은 상징적 인물을 초청해 이들을 거명하며 노고를 치하하는 ‘스커트닉 모멘트’로 불리며 전통이 됐다.

올해 손님 중에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투자의 달인’으로 통하는 워런 버핏의 여비서 데비 보사네크(사진)였다. 50대 중반으로 20년 동안 버핏의 비서로 일해 온 그녀는 지난해 8월 버핏이 “나는 소득의 17%를 세금으로 내는데 나보다 훨씬 적게 버는 내 비서는 나보다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고 언급해 일약 스타로 떠오른 인물이다. 보사네크는 그동안 언론의 노출을 피해왔으나 백악관이 간곡하게 참석을 부탁해 공식 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이 밖에 애플 창업주인 고 스티브 잡스의 부인 로런 파월 잡스, 사진공유 사이트를 성공시켜 미국 정보기술(IT)업계의 스타로 떠오른 인스타그램 설립자 마이크 크리거, 오사마 빈라덴 사살의 주역 윌리엄 맥레이븐 합동특수작전사령관, 기퍼즈 의원의 남편인 우주비행사 마크 켈리 등도 초청됐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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