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공립학교 이젠 아웃!” 행동 나선 LA 학부모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학교운영 참여 청원서 제출
폐쇄-대안학교 전환 선택

“학부모에게 힘을(Power to the Parents).”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데저트 트레일스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단체로 맞춰 입은 티셔츠에는 이런 글씨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이 학교 재학생 1500명의 70%에 해당하는 1050명 학생의 학부모들은 12일 관할 교육청인 아델란토 초등교육청에 학교 운영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학부모들이 교육당국에 이런 요구를 할 수 있는 것은 2010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학부모 제동걸기(Parent Trigger)’라는 법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는 공립학교의 학부모들이 51% 이상 서명한 청원서를 교육청에 제출하면 학부모들이 학교 운영에 공식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 학부모들이 학교 교육을 교사에게만 맡기지 않고 말 그대로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외에 텍사스, 오하이오, 코네티컷 주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통과됐고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인디애나 등 22개 주에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주마다 법안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교육청에 청원서가 접수된 지 40∼45일 이내에 학교는 학부모들과 논의해 4가지 모델 중 한 가지 방식으로 운영 개선에 나서야 한다. 학교 문을 닫든지, ‘차터 스쿨’로 불리는 대안형 특성화 학교로 전환하든지, 교장과 교사의 절반 이상을 교체하든지, 교장을 교체하고 학생 성적과 연동하는 교사 평가시스템을 도입하든지 해야 한다. 운영 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주 당국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데저트 트레일스 학부모들은 대안형 학교로의 전환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 교장과 교사를 교체하는 선에서 교육의 질 저하를 막기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 학교는 주 당국이 실시하는 초등학교 의무시험에서 학생의 80%와 56%가 과학과 수학 시험에서 탈락할 정도로 성취도가 낮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