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월가시위, 올해 더 세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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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맞이 ‘로즈 퍼레이드’
시위대 300여명 참가

2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패서디나에서 열린 연례 신년맞이 행사 ‘로즈 퍼레이드’에 올해는 특별한 행렬이 추가됐다. 지난해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던 월가점령 시위대 300여 명이 정규 퍼레이드 행렬 뒤를 이어 행진한 것. 이들은 탐욕스러운 금융사를 상징하는 21m 높이의 거대한 문어 모형을 들고 나왔다.

월가 시위대의 ‘로즈 퍼레이드 점령’은 2012년에도 ‘점령하라’ 시위가 다시 활발하게 재개될 것임을 알리는 일종의 예고편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신년맞이 행사인 로즈 퍼레이드는 행사 장소에 나온 70여만 명의 관중 외에 5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TV로 시청하는 대규모 이벤트다. 해외에서 생중계를 하기도 한다. 월가 시위대가 퍼레이드를 따라 행진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메시지를 널리 알릴 수 있다. 퍼레이드 주최 측은 공식 행진 행렬이 아니므로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월가 시위대는 앞서 지난해 12월 31일 시위의 본산지이며 시발점인 뉴욕 맨해튼의 주코티 공원에 다시 모였다. 오후 7시경부터 하나둘 모여 텐트를 설치하기 시작하더니 500여 명으로 불어났다. 법원의 명령에 따라 텐트 설치가 금지된 주코티 공원에 다시 텐트를 치려하자 경찰이 나섰다. 일부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경찰이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며 강경진압을 했고 68명이 연행됐다. 그러나 시위대는 자정이 다가오자 “2012년은 누구의 해? 우리의 해!(Whose year? Our Year!)”라고 외쳤다. 2011년 전 세계를 휩쓸었던 “점령하라”는 외침이 새해에 더 강력해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29일에는 공화당 대선후보를 뽑는 첫 번째 코커스(당원대회)가 예정된 아이오와 주에서 ‘코커스를 점령하라’ 시위가 벌어졌다. 공화당 대선주자인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이 디모인 시에 설치한 선거본부 사무실 앞에서 시위대 5명이 불법침입 혐의로 체포됐다. 민주당의 아이오와 사무소 앞에서도 12명의 시위대가 같은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미국 언론들은 월가 시위대가 본격적으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코커스를 점령하라’ 시위는 대선 기간 내내 미국 곳곳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시민운동 전문가인 토드 기틀린 컬럼비아대 교수는 유에스에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월가 시위는 목표 의식이 매우 뚜렷하며 2012년에도 다양한 형태로 (전 세계에) 확장될 것”이라며 “특히 오프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결합된 새로운 시위 행태 때문에 쉽게 수그러들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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