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우칸촌 시위’ 주민들이 이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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省정부 이례적으로 나서 마을 요구사항 대부분 수용

넉 달째 계속돼 온 중국 광둥(廣東) 성의 주민 시위에 성 정부가 주민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면서 사실상 ‘백기투항’하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 빚어졌다.

▶본보 16일자 A23면 인구 2만 中어촌 넉달째 ‘시위 해방구’

중국과 홍콩 언론은 광둥 성의 3인자인 주밍궈(朱明國) 부서기가 21일 오전 산웨이(汕尾) 시 산하 우칸(烏坎) 촌의 마을대표와 만났다고 보도했다. 시위대 대표와 성 정부의 3인자가 마주 앉은 것이다. 작은 마을 시위에 이처럼 성 정부의 최고 관리까지 나선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주 부서기는 이 자리에서 체포된 마을주민의 석방, 체포된 뒤 경찰서에서 숨진 쉐진보(薛錦波·42) 씨의 사인 재조사 및 시신 양도 등 촌민들의 요구사항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또 시위를 계속하지 않는다면 공안도 더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주 부서기는 “촌민들의 요구는 합리적이고 일선 간부들의 업무에 문제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날 광둥 성의 1인자인 왕양(汪洋) 서기는 “우칸 촌 사건은 우연적이면서도 필연적인 사건”이라며 “경제사회 발전 과정에서 쌓인 모순을 경시해 생긴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광둥 성은 주 부서기를 조장으로 하는 진상 조사단을 꾸렸고 촌민에게 집단 소유 토지의 처리실태, 촌 재정 상황, 간부들의 비리 등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을대표는 회담결과에 만족을 표시했다. 그는 촌민들과 논의한 뒤 최종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마을대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나 주 부서기가 철저한 진상 조사를 약속한 만큼 문제 해결의 통로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일 밤 우칸 촌 부근의 공안병력은 철수했고 촌민들도 바리케이드 등을 제거하는 등 양측은 해결 모드로 돌아섰다. 이번 시위는 9월 토지 강제수용에 반발해 촉발됐고 시위 주동자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숨지면서 더욱 격렬해졌다. 최근 주민들이 공안과 공무원을 마을에서 내쫓고 바리케이드를 쌓은 채 공안과 대치해왔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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