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차르에게 굴욕 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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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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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총선 ‘푸틴당’ 참패… 선거부정 SNS고발 위력

러시아의 ‘현대판 차르’라고까지 불리며 높은 인기 속에 영구 집권의 길을 닦아가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사진)가 4일 치러진 총선에서 ‘충격적 결과’를 맛봤다. 두마(하원) 의원 450명을 선출하는 총선에서 푸틴 총리가 이끄는 집권 통합러시아당의 지지율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2007년 12월 선거에서는 64.3%를 얻었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5일 96% 이상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통합러시아당은 49.5%를 얻어 과반수에 미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315석을 가진 통합러시아당의 예상 의석은 238석이다. 과반은 됐지만 당초 50석가량 떨어질 것이라던 전망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잃었으며 ‘단독 개헌’이 가능한 3분의 2 의석(300석)에도 턱없이 못 미쳤다. 이번 선거는 3선 연임금지 헌법조항 때문에 2008년 대통령 직에서 물러났던 푸틴 총리로선 내년 3월 치러지는 대선의 전초전이었다. 푸틴 총리가 내년에 다시 6년 임기의 대통령 직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번에 표출된 민심은 그의 장기 집권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음을 보여줬다.

특히 이번 선거는 사전선거와 중복선거 등 부정으로 얼룩져 후유증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유권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각 투표구에서의 부정을 고발해 ‘러시아판 SNS 혁명’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공산당 집권 시절 부총리를 지냈던 보리스 넴초프는 “국민의 투표권을 훔친 도둑질”이라며 부정선거를 비난했다.

내년에 푸틴 총리와 대통령 직을 맞바꾸기로 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번 총선에 대해 “러시아에서 민주주의가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총선에서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권력 분점 및 연정 협력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연정이 이뤄질 경우 19.1%를 얻은 제1야당인 공산당이 참가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공산당은 옛 소련 붕괴 이후 처음으로 다시 복귀하게 된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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