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유대인 ‘최후의 7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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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발상지’서 겨우 명맥
위키리크스의 실명 공개로 “살해 표적 될 수도” 우려

원래 이라크는 유대인의 조상인 아브라함이 태어난 곳이자 율법학자들이 유대 경전 탈무드를 작성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수도 바그다드는 유대인들에게 수천 년 동안 텃밭과도 같은 성지였다. 하지만 이제 바그다드에는 유대인이 고작 7명밖에 남아있지 않고 이들마저도 살해 위협을 받는 처지가 됐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이 작은 유대인 커뮤니티가 소멸될 위기에 빠진 것은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때문이다. 최근 바그다드 유대인들은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관에 자신들과 함께 종교의식에 참여할 만한 유대인 외교관이 있는지 문의했다. 그런데 위키리크스가 미국 국무부의 외교전문을 공개하면서 이들의 실명이 새나갔다. 신분이 밝혀진 이상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살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대인들의 신변 보호 활동을 하고 있는 영국 국교회 앤드루 화이트 신부는 “현재 미대사관 측과 협조해 이들을 출국시키려 하고 있지만 대부분 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7명 중 한 명은 출국 의사를 밝혔지만 나머지는 “우리도 이라크인인데 왜 도망가야 하느냐. 죽더라도 이곳에서 죽겠다”는 태도다.

과거 메소포타미아로 불린 현재 이라크 지역은 역사적으로 유대인들이 많이 정착해 온 곳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1920년대엔 바그다드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스라엘 건국, 중동전쟁 등을 계기로 이라크 정부 및 이슬람의 박해와 대량학살이 시작되면서 다른 나라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라크 내 유대인들은 공개 예배를 보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들의 신분 자체를 드러내는 것을 꺼리며 조용히 지내 왔다고 한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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