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정권교체 도미노, 다음은 스페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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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총선… 경제위기로 집권 사회당 참패 예상
지지율 1위 우파 국민당 “과감한 긴축안 시행”

남부 유럽을 휩쓸고 있는 재정 위기가 또 하나의 좌파 정권을 침몰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실시될 스페인 총선에서 우파 야당 국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집권 사회당이 몰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의 힘에 의한 정권몰락 도미노가 그리스, 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에까지 도달하는 것이다.

13일 발표된 중도좌파 일간지 엘파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당은 45.4%의 지지를 얻어 30.9%에 그친 사회당을 크게 앞섰다. 이 지지율이 유지된다면 현재 154석인 국민당의 하원(총 350석) 의석수는 192∼196석으로 크게 늘어난다. 반면 2004년부터 집권해온 사회당의 하원 의석수는 현재 169석에서 125석 정도로 줄어들 것이다.

중도우파 일간지 엘문도 조사에서는 국민당 47.6%, 사회당 29.8%로 격차가 더 컸다. 국민당이 지금까지 가장 큰 지지를 얻었던 때는 2000년 총선으로 44.5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AFP통신 등 외신도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위기가 잇따르면서 스페인 좌파 정부의 패배는 더욱 확실해졌다”며 “최근 3년간의 경제 위기는 3600만 유권자를 돌아서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스페인의 올해 3분기 말 현재 전체 실업률은 21.52%이며 25세 이하 청년 실업률은 45.8%에 이른다. 2분기 0.2% 성장에 그쳤던 경제성장률은 3분기에 제로(0) 성장률로 더 떨어졌다. 채권시장도 다시 흔들리고 있다. 14일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6.07%로 8월 초 이후 처음으로 6%대에 진입했다. 독일 국채와의 수익률 차(스프레드)도 4.25%포인트로 벌어져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2010년 5월 긴축정책 이후 공무원은 5%의 임금이 삭감됐고 연금은 동결됐다. 은퇴 연령도 65세에서 67세로 연장돼 국민의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대의 안톤 로사다 교수는 “유로존 위기는 좌파 우파를 가리지 않고 정부를 먹어 삼키고 있다”고 말했다.

13일 수도 마드리드에서는 수만 명이 긴축 정책과 높은 실업률, 정치 부패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모델을 지금 바꿔라’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마드리드의 아토차 역에서부터 푸에르타 델 솔 광장까지 행진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국민당 대표는 집권하면 “연금과 건강보험, 교육 부문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긴축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사회당은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총리가 3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당초 내년 3월 치르려던 총선을 앞당기는 등 반전을 모색했지만 대패는 피할 수 없게 됐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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