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사망]‘42년 철권’ 카다피 종말 맞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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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수르트에서 교전중 생포후 숨져… 리비아 과도국가위 “전제정치 끝났다”

42년간 리비아를 철권통치했던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가 처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재스민 혁명의 열풍 속에 동토(凍土)의 나라 리비아에 민주화 시위가 발생한 지 8개월 5일 만이다.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는 20일 “NTC가 카다피의 최후 거점인 수르트(카다피의 고향)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카다피가 목숨을 잃었다”며 “혁명의 물결 속에 그가 운명적인 최후를 맞이했음을 전 세계에 선포한다”고 밝혔다. 압델 하페즈 고가 NTC 대변인은 “리비아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다”며 “독재자의 전제정치가 드디어 끝났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고가 대변인은 “교전 상황에서 심각하게 다친 카다피를 생포했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며 “현장 지휘관이 NTC에 그의 사망을 공식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카다피 시신은 NTC군에 의해 수르트에서 인근 미스라타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은 “카다피가 생포된 뒤 이송되는 상황에서 사망한 건지 현장에서 사살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전했다. NTC는 공식 발표에 앞서 “카다피군 최후 거점인 수르트를 점령했으며, 양 다리를 심각하게 다친 카다피도 생포했다”고 발표했다. AFP통신은 “NTC 측이 찍은 동영상과 휴대전화 사진을 보면 카다피를 둘러싸고 병사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카다피가 미동이 없어 당시 살아있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카다피는 체포 당시 카키색 군복과 터번을 착용하고 있었으며, 양 다리를 다쳐 피범벅 상태였다. 카다피는 공습과 교전을 피해 커다란 콘크리트파이프 속에 홀로 숨어있었으며, NTC 병사들이 “누구냐”고 묻자 처음엔 정확하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병사들이 발포하려고 하자 “쏘지 마, 쏘지 마”라며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리비아 국영방송이 카다피 체포 소식을 보도한 직후 트리폴리와 벵가지 시내에는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고 시민들이 공중에 총을 쏘며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미 CNN방송은 “카다피의 사망이 공식 발표된 뒤엔 더 많은 인파가 몰려나와 자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친카다피 성향의 알리비아TV는 “카다피가 생포됐다는 보도는 근거가 없으며 그는 건강하다”고 주장했다.

NTC가 수르트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카다피의 최측근이던 압둘 파타 유니스 전 국방장관도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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