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S 자유무역 협정… ‘푸틴의 꿈’ 착착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0일 03시 00분


우크라 등 8개국 서명… 3개국도 연내 가입할 듯
EU에 맞설 ‘유라시아 공동체’ 구상 첫발 내딛어

옛 소련 국가들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통합하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사진)의 구상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소련 붕괴 전 하나의 국가였던 독립국가연합(CIS)의 회원국 11개국 가운데 8개국이 18일 자유무역지대(FTZ) 협정에 서명했다. 내년 대선을 발판으로 12년 대통령을 노리고 있는 푸틴 총리의 ‘강한 러시아와 유라시아 공동체 구축’ 계획이 첫발을 뗀 것이다. CIS는 1991년 소련이 붕괴한 뒤 구소련 소속 국가 중 발트해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을 제외하고 11개 국가가 결성한 정치공동체다.

푸틴 총리는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CIS 회원국 총리 회의 후 “CIS 국가의 자유무역지대 협상은 1994년 합의가 도출됐으나 러시아 등 일부 국가가 비준하지 않았다”며 “자유무역지대가 형성되면 CIS 회원국 간 교역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 CIS 회원국 간 무역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나 늘어난 1340억 달러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협정에는 러시아 아르메니아 몰도바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벨로루시가 서명했다. 에너지 부국인 아제르바이잔과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3개국은 CIS 내부의 계속된 균열을 지적하면서 협정에 서명하지 않았지만 연말까지는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방 언론은 특히 FTZ 발표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 푸틴 총리가 ‘유라시아 연합(EAU)’ 설립 구상을 발표한 지 2주 만에 나왔기 때문이다. 푸틴은 4일 ‘새로운 유라시아 통합 계획: 오늘 시작하는 미래’라는 제목의 이즈베스티야 기고문을 통해 “우리에게도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맞설 지역연합이 필요하다”며 “EAU는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이 맺은 단일경제공동체(CES)보다 더 높은 단계의 경제동맹을 형성하는 초국가적인 조직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FTZ 협정은 유라시아 연합 구상의 핵심축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에 이어 CIS의 주요 축을 이루는 우크라이나의 FTZ 합류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러시아 정부와 갈등을 빚었던 전임 정부가 EU 가입에 공을 들였던 것과는 달리 친러시아 성향을 보이고 있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정부는 구소련 연방을 연상케 하는 유라시아 부활의 주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푸틴 총리와 미콜라 아자로프 우크라이나 총리는 18일 회담을 갖고 미국 달러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존도를 줄이고 루블화를 중심으로 한 무역 체제를 확산해 나가기로 했다.

한편 푸틴 총리는 17일 TV 인터뷰에서 자신의 대권 도전을 비판하는 여론을 겨냥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경제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나라를 이끌었다. 그는 유능했기 때문에 4선을 한 것이다. 몇 선을 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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