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오바마 한국어로 “환영합니다… 같이 갑시다” 따뜻한 환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 오바마, 우정의 환영행사-파격적인 만찬

한식당서 ‘불고기 만찬’ 이명박 대통령(오른쪽)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이 12일(현지 시간) 워싱턴 근교의 한식당 우래옥에서 만찬을 시작하면서 메뉴를 고르고 있다. 만찬 도중 미국 상원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 통과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로 축하 인사를 나누는 등 만찬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다. 워싱턴=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한식당서 ‘불고기 만찬’ 이명박 대통령(오른쪽)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이 12일(현지 시간) 워싱턴 근교의 한식당 우래옥에서 만찬을 시작하면서 메뉴를 고르고 있다. 만찬 도중 미국 상원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 통과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로 축하 인사를 나누는 등 만찬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다. 워싱턴=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한국 대통령 첫 펜타곤 방문 한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12일(현지 시간) 미국 국방부(펜타곤)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왼쪽 앞줄에서 세 번째)이 미국 측 당국자들에게서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있다. 이곳은 출입문이 작아 탱크에 타는 느낌이라는 뜻으로 ‘탱크 룸’으로도 불리며 미 합참의장이 전 세계에 주둔한 미군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리는 심장부다. 워싱턴=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한국 대통령 첫 펜타곤 방문 한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12일(현지 시간) 미국 국방부(펜타곤)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왼쪽 앞줄에서 세 번째)이 미국 측 당국자들에게서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있다. 이곳은 출입문이 작아 탱크에 타는 느낌이라는 뜻으로 ‘탱크 룸’으로도 불리며 미 합참의장이 전 세계에 주둔한 미군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리는 심장부다. 워싱턴=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두 정상 간에 ‘뭔가 신비롭고 강력한 교감’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3일 “외국 정상의 방문 때 미국이 이보다 더 환대를 한 적이 없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보도했다.

○ 오바마의 한국어 인사

이 대통령에 대한 미 정부의 공식 환영 행사는 비가 내리는 바람에 예정시간을 20분가량 넘긴 13일 오전 9시 20분(현지 시간) 시작됐다. 행사 장소를 실내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비가 다소 주춤해지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남쪽 잔디광장(사우스 론)에서 행사를 강행했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먼저 행사장에 나와 우산을 들고 기다리다가 승용차를 타고 도착한 이 대통령 부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애국가와 미국 국가가 차례로 연주된 뒤 먼저 오바마 대통령이 환영사를 했다. 한국어로 “환영합니다”라며 인사말을 시작한 그는 “한국 속담에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말이 있다”며 “이 대통령을 환영하는 나의 마음도 멀리 한국인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자신의 삶과 나라의 운명을 함께한 위대한 지도자”라면서 “그는 가난한 어린이였고 등록금을 벌기 위해 거리 청소를 했으며 독재에 항거해 감옥에 갔다 왔다”고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위대한 친구이자 파트너’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영어로 “굿모닝 에브리바디(모두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한 뒤 한국어로 답사를 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양국의 동반성장을 강화하는 새로운 동력이며 양국 공동번영을 촉진해 두 나라 모두에 승리를 가져다주는 협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을 “저의 진정한 친구”라고 불렀다.

○ 불고기 외교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12일 저녁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워싱턴 인근의 한식당인 ‘우래옥’을 찾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특별한 손님’에게 백악관 밖에서 편안한 저녁자리를 만드는 ‘파격 의전’의 하나였다.

이날 오후 6시 38분 백악관 영빈관(블레어하우스)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캐딜락 전용차를 함께 탄 두 정상은 27분 만인 오후 7시 5분 우래옥에 도착했다. 버지니아 타이슨스 코너에 있는 우래옥은 백악관에서 25km 거리. 통역을 제외하고 양국에서 핵심 외교안보라인 3명씩 배석했다.

백악관 실무자는 백악관 내 유서 깊은 장소에서의 만찬을 기획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과 우의를 다지기엔 한인들이 자주 다니는 한식당이 좋다”며 장소 변경을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이 식당 1층 홀 정중앙 테이블에서 마주 앉은 두 정상에게 불고기와 야채구이, 새우튀김이 차려졌다. 당초 한정식이 준비됐으나 오바마 대통령이 불고기를 먹고 싶다고 해 메뉴를 바꿨다는 전언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선택은 비빔밥. 한 종업원은 “참석자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이 제일 많이 먹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의 비공식 만찬 일정을 이례적으로 워싱턴 주재 외신기자들에게도 공개했다. 국무부 공보담당자는 “백악관 차량 행렬에 외국기자단을 포함시킨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미 때를 제외하곤 유일한 사례”라고 말했다.

한국의 음식문화 등을 주제로 대화가 진행되는 도중 환호가 터졌다. 오후 7시 50분경 오바마 대통령의 휴대전화(블랙베리)에 ‘미 의회 한미 FTA 법안 최종 처리’라는 문자가 날아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압도적으로 통과됐다. 축하한다(Congratulations)”며 환하게 웃었고,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이 빛났다. 잘된 일”이라고 화답했다. 만찬은 1시간 55분 동안 이어졌다.

○ 김연아도 나온 국무부 오찬


정상회담이 끝난 뒤 미 행정부 내 권력서열 2, 3위인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클린턴 국무장관은 공동으로 이 대통령을 국무부 국빈오찬에 초대했다. ‘포기 보텀(Foggy Bottom·안개 낀 포토맥 강가 저지대)’이라는 별칭을 지닌 국무부의 8층 벤저민 프랭클린 룸에서였다.

미국 정부가 지정해 초청한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 대만계 미국인으로 김연아 선수의 어릴 적 우상이던 미셸 콴 씨도 참석했다.

이번 국빈방문에는 이 대통령의 차녀 승연 씨가 백악관의 공식 초청을 받아 동행했다. 승연 씨는 공식 환영행사, 국무부 오찬, 백악관 국빈 만찬, 어머니 김윤옥 여사의 현지 고등학교 방문 등 4개 일정을 소화했다.

워싱턴=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