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판 없이 5년간… ‘잡스車 미스터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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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몰던 2007년형 벤츠 승용차. 앞뒤쪽 번호판 대신 차량 제조연도등을 알 수 있는 차대번호 바코드만 조그맣게 붙어 있다. 출처: space-action-hero.blogspot.com
스티브 잡스가 몰던 2007년형 벤츠 승용차. 앞뒤쪽 번호판 대신 차량 제조연도등을 알 수 있는 차대번호 바코드만 조그맣게 붙어 있다. 출처: space-action-hero.blogspot.com
‘잡스는 어떻게 번호판 없는 차를 타고 다녔을까.’

스티브 잡스의 사망을 계기로 신제품 개발에서 사생활까지 신비주의를 고수해온 그의 독특한 면모가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그가 생전에 자동차에 번호판을 붙이지 않고 다녔다는 사실이 밝혀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잡스의 자동차는 2007년형 메르세데스벤츠 SL55 AMG로 2006년 구입해 최근까지 타고 다녔다. 이 차에는 번호판이 없다. 번호판이 부착돼 있어야 할 차량 앞쪽과 뒤쪽 위치에 번호판 대신에 차량 제조연도 등을 알 수 있는 차대번호(VIN number) 바코드만 조그맣게 붙어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10일 “잡스가 이런 행동을 한 이유에 대해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며 “어떻게 번호판 없이 5년여 동안 차를 몰면서 단속에 걸리지 않았는지도 미스터리”라고 밝혔다. 잡스 거주지역 관할 샌타클래라 카운티 교통 기록에 따르면 그는 벤츠 구입 후 과속 티켓을 두 차례 발부받았지만 번호판 미부착 때문에 단속에 걸린 적은 한 번도 없다.

이에 대해 사생활 노출을 꺼렸던 잡스가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해 번호판을 달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장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번호판을 달지 않은 것이 적발될 경우 부과되는 벌금 250달러를 감수할 만큼 사생활 보호를 중시했다는 것.

게다가 잡스는 자동차 이동량이 많지 않아 경찰 단속에 걸릴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주로 차로 15∼20분 걸리는 팰러앨토 자택과 쿠퍼티노 애플 본사를 오가는 데 자동차를 이용했던 잡스는 일 년 주행거리가 평균 5500마일(8850km)로 미국인 평균 1만2000마일(1만9312km)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잡스가 번호판을 달지 않아도 단속을 받지 않도록 캘리포니아 차량국(DMV)으로부터 특별대우를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DMV 측은 “유명 정치인이건 배우건 그 같은 특별대우는 있을 수 없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잡스가 첨단장치 이용에 밝은 귀재인 만큼 주행 중에만 번호판이 보이도록 하는 특별장치를 고안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디자인을 중시했던 잡스가 캘리포니아 차량 번호판 글자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잡스가 사생활 보호를 위해 번호판을 달지 않았다면 그의 신비주의가 도를 넘어선 것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번호판 없는 차가 사람들의 주목을 더 끄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자동차 컨설턴트인 폴라 스키어 씨는 “평범한 터틀넥 스웨터와 청바지, 뉴밸런스 운동화를 트레이드마크로 만들어 주목을 받은 것처럼 번호판을 달지 않은 차조차도 잡스 특유의 트레이드마크로 계획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 등 미 언론들은 잡스가 5일 오후 3시(현지 시간) 자신의 집에서 호흡정지와 췌장암으로 사망했으며 특정 종교와는 관계없는 샌타클래라의 한 묘지에 7일 매장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사망진단서를 인용해 10일 보도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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