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혁명의 아이콘’… 췌장암으로 56세 타계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 이름 앞에 ‘선각자’ ‘혁신의 아이콘’ 등 숱한 수식어가 붙었던 56세 남자의 부고가 디지털 시대 지구촌의 가슴을 쳤다. 췌장신경내분비종양 진단을 받고 8년간 투병해온 잡스가 5일 오후(현지 시간) 숨을 거뒀다.
애플 웹사이트는 특유의 터틀넥 셔츠를 입고 둥근 테 안경을 쓴 잡스의 흑백 사진으로 전면을 채우고 ‘스티브 잡스, 1955∼2011’이라는 문구를 올렸다. 부인 로렌과 세 자녀, 결혼 전 여자친구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등 유족은 이날 성명을 내고 “스티브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며 “스티브는 공적인 생활에서는 미래를 내다보는 선지자로 알려져 있지만 개인생활에서는 무엇보다 가족을 소중히 여긴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잡스는 세계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PC·1976년)를 상용화한 데 이어 아이폰과 아이패드 출시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했다. 그가 만든 제품들은 음악 및 영화산업 전반과 결합하는 새로운 기술의 영역에 위대한 발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된다. 숱한 좌절을 겪으면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드라마 같은 그의 삶 자체도 동시대 젊은이들에게 많은 감동과 영감을 줬다.
그는 하드웨어 기술자도 아닐뿐더러 소프트웨어 개발자도 아니었다. 매니저는 더더욱 아니었다. 최고의 인재를 골라내고 격려해 제품을 생산하도록 만드는 기술업계의 지도자를 자처했을 뿐이다.
뉴욕타임스는 20대에 저항가수인 조앤 바에즈와 데이트를 즐겼던 그의 세계관은 1960년대 샌프란시스코에 널리 퍼진 반체제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전통을 거부한 그의 성향이 기술과 대중문화를 융합하는 신세계를 만들어낸 셈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그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전 산업계를 재정립시켰으며, 인류역사에 있어서 보기 드문 위업을 이뤄낸 인물”이라고 추모하며 그를 ‘미국의 가장 위대한 혁신가 중 한 명’으로 기렸다.
잡스는 이제 오프라인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은 온라인상에 영원히 살아남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를 꿈꾸는 이들에게 영감을 제공할 것이다. 그가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하 연설에서 남긴 말처럼.
“항상 갈구하라. 항상 바보처럼 우직하라(Stay Hungry, Stay Foolish).”
쿠퍼티노·팰러앨토=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