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방사능오염 농산물 섞은 ‘블렌딩 식품’ 주의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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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후쿠시마(福島)산 식품원료와 원전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깨끗한 식품원료를 뒤섞어 만든 이른바 ‘물타기 식품’ 유통이 확산되고 있다. 후쿠시마는 올 3월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역이다. 일본 정부는 주요 식품별로 방사능 규제치를 정해놓고 이를 밑돌면 ‘안전’ 인증을 해주는데 제조업체들이 오염 농도를 낮추기 위해 이를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산 식품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3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도쿄 등 슈퍼마켓에서 방사성세슘이 검출된 원전 부근의 녹차 잎과 일본 남부 규슈(九州) 지역의 녹차 잎을 2 대 8로 혼합한 녹차가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법적 허용치를 밑돌아 안전하다는 인증까지 받았지만 소비자로서는 찜찜할 수밖에 없다. 포장지에는 ‘일본산’이라고 쓰여 있을 뿐 산지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아 한국으로 수입돼도 구분할 방법이 없다.

특히 일본에서는 우유와 쌀의 경우 여러 산지의 원료를 혼합한 ‘블렌딩 제품’이 많아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상품명은 ‘홋카이도(北海道) 우유’ ‘가고시마(鹿兒島) 쌀’처럼 원전 피해지와 전혀 관계없어 보이지만 원료의 일부가 방사능 오염지에서 생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제조업체들은 “블렌딩 상품이라는 사실을 포장지에 표시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 역시 블렌딩 상품은 구체적인 원산지 표시 의무가 없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때그때 원료의 조달지가 달라져 세세하게 원산지를 표시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본 식품유통 업계에서는 소비자가 방사능 오염 식품에 민감한 시기에 정부가 너무나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사능 오염 확산을 방지해야 할 정부가 오염 농도를 낮춘 상품의 유통을 인정한 것은 오염 확대를 눈감아주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정수장 사업자가 정수장이나 하수도 밑바닥에 깔린 방사능 오염 오니를 원예용 부엽토의 원료로 제공한 사실도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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